"스트레스를 ''스트라이크'' 한방에"라는 말은 직장인들이 볼링을 즐기는
묘미를 응축해 나타낸다.

매끄럽게 깔려있는 레인위로 인생의 무게를 실은 듯한 볼링공이
미끄러져 굴러가면,모두들 숨을 죽이고 결과를 기다린다.

드디어 "파악"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가즈런히 놓여있던 10개의
핀들이 모두 튕겨나간다.

박수와 함께 환호의 함성이 터지고,저마다 가슴속에 남아있던 스트레스
를 시원스럽게 떨쳐낸다.

대한투자신탁 볼링회는 89년10월에 창설되었다. 연륜은 짧지만 격주로
한번씩 모이는 정기모임은 언제나 성황을 이룬다.

본사를 중심으로 서울지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모임인 ALL COUER CLUB,
부산,강릉,대구지역 직원들의 모임인 지역볼링회에 이르기까지 총1백여명
의 회원들이 각지에서 모임에 참석하며,반기에 한번씩 치루는 사내볼링
대회 때는 오전10시 대회시간에 맞추기위해 새벽4시에 출반하여 참석하는
강릉지점의 열성파들도 있다.

회사에서도 이러한 동호회 활동을 통한 애사심이 회사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물심양 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회원들의 수준은 보통 애버리지 1백30에서 1백50정도이다.

간혹 프로급 수준의 묘기를 보이는 회원도 있지만,공을 또랑(?)으로
빠뜨리는 초보도 있다.

개인 경기를 2~3회 하고나면,흥이 저절로 돋구어지고 몸은 어느새 땀이
흐르며 가벼워 진다.

볼링은 스포츠로서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매우 유익하다. 일단
레인에 올라서면 모든 상념이 사라지고 보링핀에만 정신이 집중된다.

호읍을 고르고 서서히 스텝을 밟아간다. 공이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까지
마음의 흐트러짐이 없다.

요란한 동의 현상이 사실은 잔잔한 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볼링은
정신과 육체가 어우러져 있는 운동이라 할수 있다.

내가 볼링을 좋아하는 이유가 또 있다. 파괴의 본능을 만끽하는 것이다.
남산의 외인아파트 폭파장면을 보고 시원함을 느끼는 것과 같을 것이다.

잘 정돈된 볼링핀을 무너뜨려 갈때면,우리의 일상생활에 배어있는
빽빽한 논리와 냉냉한 질서를 뛰어 넘는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순간 우리 모든 회원들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되고 어릴적
모래성을 무너뜨리며 즐거워했던 것 처럼 모두들 철없이 즐거워 한다.

어쨋든 볼링은 최고의 실내운동으로 남녀노서 모두 부담없이 즐길수
있다.

더구나 건조한 직장생활에서 잠시 탈출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꼭
한번 권해보고 싶은 운동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