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 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이 지난 12일 내년도의 전당대회에 맞춰 당직
을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김종필대표체제가 유지될 것인가가
정가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이 있기전까지 민자당의원들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김대표에 대해 다소 엇갈린 평가를 하고는 있었으나 대체적으로
내년 지자제선거때까지는 현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내년 2월께로 예상되는 전당대회까지 당내 사정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게 됐다.

지도체제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전당대회후에도 민자당이
삐걱거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최대 관심사는 당의 상부조직이 바뀔 것인지 여부다.

김대통령의 언급만으로 꼭 대표자리가 없어지는등의 기구개편이 있을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김대통령이 JP외의 대안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내년의 전당대회는
김대통령을 다시 총재로 선출하고 김대표를 승인하는 선에서 끝날
가능성도 없지않다.

당3역등의 당직개편만 단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당내분위기는 민정.공화계 의원들이 대체적으로 현체제의 유지 가능성
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민주계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형국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계의 움직임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계의 핵심실세들은 12일 저녁 모임에서 지도체제를 놓고 심각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들은 JP체제로 내년의 지자제선거를 치르기 곤란하다며
대표직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온건파"들은 대표의 권한이 축소되는 지도체제의 변경에는
공감했으나 당내사정을 감안할때 JP를 "제거"하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강경쪽 인사들에 대한 김대통령의 신임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무차원에서는 대표직을 없애고 3명정도의 부총재를 두되 당총재가
수석부총재와 2명의 부총재를 임명하거나 또는 경선을 시켜 최다득표자
가 수석부총재로서 현재의 대표와 같은 역할을 맡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안으로는 현재의 총재-대표-사무총장으로 이어지는 지도체제를
총재-부총재-사무총장으로 변경, 사무총장이 총재의 명을 받아 당무를
사실상 관장하는 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느 경우든 최형우내무장관이 수석부총재 또는 사무총장으로서 당을
장악한다는 시나리오를 바닥에 깔고 있는 안들이다.

민주계가 볼때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부총재를 경선해서 민주계인사가
최다득표를 하는 것이다.

민정계에서 김윤환 이한동의원등 2명 정도가 부총재후보로 나온다고
가정할 때 최장관이 1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주계에서는 실세들간의 상호견제로 자파대의원의 표가 갈릴 것이라는
우려에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개각을 통해 민주계 실세들을 주요 포스트에 배치,실세들간의 역할
분담이 되고 나면 계파단합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막상 투표에 들어갈 경우 의외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어 과연
김대통령이 위험부담을 안고 경선을 택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봐야한다.

민주계에서는 이제 애드벌룬이 뜬 이상 민정계의 반응이 나올 것이고
그에따라 전략을 변경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이 없을 경우 총재가 부총재를 임명하는 방안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