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사업에 신규진출, 업계에 일파만파의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삼성그룹이 대형항공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에는 그룹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항공운송사업에 진출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여 관련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계열의 삼성항공은 미국의 보잉사및 유럽의
에어버스사와 여객기를 구매하기 위해 지난달말 현지업체들과 협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현지항공제작사에 파견된 국내 항공사관계자들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삼성항공의 구매대상기종은 보잉사의 B737(1백50인승급) B767(2백
60인승급), 에어버스사의 A320(1백60인승급) A340(3백인승급)등이다.

삼성항공은 이외에도 미 맥도널 더글라스사의 MD-80(1백70인승급),
네덜란드 포커사의 F-70 F-100등의 도입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계열사 임직원들의 출장용등 자체 수요와 부정기운송을 위해
여객기도입을 추진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 도입이 구체화된 것을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관련업체들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삼성이
여객기 운송사업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중국과 공동개발할 1백인승 중형항공기의 한국측 주관회사로 선정된
삼성항공은 앞으로 중형항공기생산에 대비, 내수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도
여객기운송사업이 필수적이란 관측이다.

우리나라의 항공기 수요회사인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가 중형항공기를
구매하지 않을 경우 내수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삼성이라도 중형항공기를
사들일 것이란 얘기다.

삼성항공은 중형항공기개발을 위한 우리측 컨소시엄인 조합 구성을 추진중
이지만 조합운영방식을 놓고 대한항공 대우중공업과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항공은 중형항공기개발에 주요 업무사항을 독자적 결정하겠다는 입장
이고 다른 회사가 참여하지 않아도 주도적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수요업체인 대한항공이 중형항공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삼성항공은 여객기
운송사업에 참여하면 자체적으로 중형항공기를 사들일 수 있다는 셈이기도
하다.

삼성항공은 이미 부정기운송면허를 얻어 놓고 있다.

항공운송전문가들은 교통운송법상 부정기운송면허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여객기를 도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강조한다.

삼성이 헬기로 운영하고 있는 부정기운송사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부정기운송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여객기를 도입키위한 장기 전략으로
파악되고 있다.

항공업체들은 삼성이 독자적으로 여객기 운송사업에 참여하기 보다는 중국
등과 손잡고 다국적회사형태로 운송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형항공기를 중국과 공동 개발하기 때문에 중국이라는 거대 항공시장을
겨냥, 중국을 끌어들여 운송사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이 미국과 유럽 항공제작사에 여객기구매의향을 보인 것은 항공운송
사업진출보다는 중형항공기개발을 위한 예상협력파트너들과의 "대화창구"
마련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형항공기개발사업은 기술을 이전해줄 중국이외의 제3의 파트너를 잡는게
필수적인데 삼성항공은 선진기술을 가진 미국 유럽업체들에게 구미를
당길만한 "재료"를 던지기 위해 여객기구매의향 카드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여객기 구매라는 카드를 던지면서 미국및 유럽업체들의 최고위층들과의
기술이전여부를 타진해 보겠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삼성측의 주장대로 자체수요를 위해 여객기를 도입한다는 것은 상식에
벗어난다는게 항공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당 1억달러에 달하는 여객기를 도입, 자체수요를 충당하기에는 경제성이
없다.

또 연간 소요되는 유지비를 따져보면 경제성은 더욱 떨어진다.

삼성이 현재까지 여객기도입계약을 맺은 것을 아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항공운송사업참여가 오랜 숙원사업인데다 승용차사업
처럼 삼성이 마음먹은 사업은 언젠가는 이뤄냈다.

때문에 관련업계는 삼성의 항공운송사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