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항에서는 건국이래 과학부문의 단일 사업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하는 제3세대형 첨단 방사광가속기 준공식이 거행된다.

방사광가속기란 전자를 광속에 가깝게 가속시켜 고강도 고휘도의 빛을
만들어내는 장치로서 기초과학분야는 물론 생명과학 의학 반도체 신소재
첨단 공학분야등의 연구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과학설비이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미.일.러시아등 과학선진국은 물론 중국 대만등 우리의
경쟁국들은 방사광가속기 건설을 과학기술투자의 최우선순 위에 두고 국가
사업으로 이를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국내에서도 포철과 정부가 이 분야에 눈을 돌려
총1,500억원을 투입, 3년7개월간의 공사끝에 이번에 세계 5번째로 제3세대
"빛공장"을 준공하게 된 것이다.

기초과학에 관한한 불모지대나 다름없다는 평을 들어온 국내 과학계가
자체 연구진에 의한 설계 제작으로 이처럼 각종 최첨단기술의 정수가 결집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건설해 냈다는 것은 실로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지금 우리는 선진국들과 국제시장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고 이를 위해서는 튼튼한 기초과학의 기반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방사광가속기의 준공으로 기초과학의 자립기반이 어느정도
구축됐다는 것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특히 제3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종래 어느 광원도 갖지 못했던 광범위한
파장 영역을 갖는 고강도 방사광을 만들어내 최소물질 구성단위인 원자나
분자의 세계를 규명할수 있게 해주고 응용과학분야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불가능했던 연구를 가능케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앞으로 포항 방사광가속기가 기간 연구시설분야에서 국가산업의
대동맥인 고속도로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기초과학은 물론 첨단산업기술
발전에 대전환을 가져오는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다만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설만 세계적 규모라고 해서 연구실적도
세계 일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모처럼 큰 마음먹고 건설한 시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면 산업계
연구기관 학계등에서 적은 비용부담으로 시설을 쉽게 이용할수 있도록
이용자 저변확대를 위한 민관의 각종 지원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또 관련 학계는 방사광을 이용한 연구기법을 개발, 전파하는 일에도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초과학계는 국민적 무관심과 정부및 기업의 냉대속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 머물러온 감이 없지 않았다.

이번 포항 광가속기 준공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일본등 선진국에서와 같이
기업과 기초과학자 사이에 좀더 활발하고 긴밀한 유대가 맺어지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