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확정된 외환제도개혁안은 지난 30여년간 규제일변도로 운영돼온 외환
제도의 기본틀에 손을 댔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 할만하다.

내용도 해외여행경비를 자유화한다거나 해외부동산투자를 허용하는등
종전에는 감히 상상도 할수 없는 것들이 담겨 있다.

예컨대 얼마전까지만해도 외화를 몰래 갖고 나가다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합법적으로 가능해지는 것이다.

앞으로 외환거래가 선진국수준으로 자유화돼 개인들이 외환거래에서 겪는
불편이 크게 해소된다는 것이다.

기업쪽에서도 마찬가지다.

통화관리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불허되던 상업차관도입이 사실상 자유화
되고 해외투자도 한층 쉽게 할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각종 규제로 인해 국제적 저금리를 활용하지 못했던 기업들의
불만도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업차관등 장기저리의 외화자금을 쓸수 있게돼 금융비용을 절감할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개인과 기업의 대외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외환거래의 자유화는 세계화를 위한 디딤돌로 각 분야의 세계화를 촉진
시키는 효과가 있다"(신명호 재무부제2차관보)는 얘기다.

더군다나 외환제도개혁은 경제전반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외환제도의 틀이 바뀌면 경제운용방식도 달라질수 밖에 없다.

외환의 유출입이 대폭 자유화되면 과거 외환통제를 할 때의 거시정책이
먹혀들지 않는 탓이다.

국내 금리가 국제금리보다 높은 상황에서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밀려올때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환자유화는 잇점도 있지만 부담도 크다.

외자가 과다하게 유입될 경우 통화증발로 이어져 물가상승압력이 커지게
된다.

원화의 평가절상이 이루어져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도 있다는 부담도 안게
된다.

외환개혁이 진행되는 앞으로 5년동안 매년 1백40억달러에서 2백억달러의
외자가 추가로 들어올 것이라는게 재무부의 예상이다.

일단 외환 및 자본거래의 자유화가 추진되면 들어오는 외화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주로 투기적인 자금이 유입되는 주식과 채권시장의 개방에는 보다 신중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과거에 실물과 관련이 적은 주식시장부터 먼저 개방한 탓에 과도하게
유입된 투기적인 자금이 생산적인 자금조달을 구축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외화유출대책면에서도 미흡하다는 인상이 짙다.

개인들의 해외여행경비나 해외이주비 한도를 확대하고 점차 자유화한다거나
해외예금 해외부동산투자을 허용하는 방안이 제시됐으나 이것만으론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개인들의 여행경비나 이주비는 기껏해야 연간 수십억달러를 넘기 어렵고
그나마 외국에서 써버리고 마는 것이다.

해외금리가 국내보다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해외예금도 크게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돼있다.

결국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늘려나가도록 적극 유도하는게 바람직한 방법
이라 할수 있다.

국제분업을 통해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금도 넉넉치 않은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할 여력은
크지 않은 형편이다.

국내에서 비싸게 조달한 자금으로 해외에 투자할 기업도 흔치 않은 법이다.

따라서 해외에서 투자할 자금은 해외에서 조달할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 조달해 해외에 투자하면 국내 통화관리에도 부담을 주지않는
잇점도 있다.

외환자유화가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플러스효과를 가져다주기 위해선 외국
환관리규정의 개정은 물론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관련규정도 함께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대외무역법 해외부동산투자지침등에 복잡하게 돼있는 절차규정등도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 박영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