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한국음악 창작이 늘어난다.

한국의 전통음악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국악기연주 차원
에서 벗어나 직접 작품을 작곡,발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창작곡을 발표하는 이들 외국인은 주로 국립국악원 주최 외국인국악
강습에 참가한 음악가들.

국악에 매력을 느껴 연주법을 배우려던 이들이 한걸음 더 나아가 국악기
를 위한 창작곡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것.

독일인 마르틴 에버라인씨는 올들어 "비올라산조" "해금과 하프를 위한
곡"을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가곡류의 "청산은 내뜻이오"를 작곡했다.

뮌헨음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한국전통음악에 심취,대학원을 졸업
하자마자 한국에 와서 국립국악원등에서 국악을 배웠다.

"청산은 내뜻이오"는 9일 국립국악원소극장에서 열리는 한국음악창작
발표회에서 연주된다.

에버라인씨는 지금까지 작곡한 곡을 모아 내년에는 음반을 낼 계획.

미네브라스카대음대 란델 슈나이더교수도 한국창작음악을 내놓고 있는
대표적 인물.

93년에 해금독주곡인 "낙성대의 꿈"과 국악4중주를 위한 "남대문"등을
발표했으며 올들어 다시 거문고2중주곡인 "양반"을 발표, 화제가 됐다.

미국인 조셉 첼리씨도 올해 피리독주곡인 "화해"를 내놓았다.

미버클리음대출신인 오스카 브라이머씨는 88년 국립국악원의 위촉을
받아 대금과 플룻 기타를 위한 협주곡 "우면산","서울스타일"등의
작품을 만들었다.

84년 내한,작품활동을 벌인 그는 특히 아프리카음악과 국악의 접목을
꾀해 국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가하면 지난 10월24-25일 세종문화회관대강당에서 개최된 영국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공연에서는 영국인작곡가 가르스 우드씨가
작곡한 "도드리 서울600"이 연주돼 화제를 뿌렸다.

서울정도6백주년 기념곡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서양악기로 도드리의
특징과 분위기를 나타낸 것으로 좋은 평을 받았다.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송혜진씨는 "60년대에 알란 화네스 루 해리슨
같은 작곡가들이 국악을 자신의 창작세계로 끌어들여 국악기를 위한
작품을 발표한 적은 있지만 그후 명맥을 잇지 못했는데 최근 국악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외국음악인들의 한국음악창작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송씨는 이어 "외국음악인들이 우리악기를 사용한 곡을 작곡하고 나아가
우리음악에서 얻은 영감과 지식으로 양악창작을 하는 것은 국악의 세계화
작업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국내창작분야에도 상당한 자극을 줄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서양에서 제도화되어 있는 위촉작곡가제도등을 도입,
외국인들이 마음껏 작품활동을 할수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도
검토해봄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