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중되나 보다.
요즘 미국 기업의 중역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승진이나 봉금 질병에 대한 걱정이 아니다.
그들은 실직당하지나 않을까,또는 기력이 다해 탈진되지나 않을까
잔뜩 겁을 먹고 있다.
기업매수합병(M&A)이 성행하면서 실직이라는 망령이 저승사자처럼
자신들 주위를 맴돌고 있다고 말하는 중역들도 많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문제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것은 탈진(BURNOUT)
이다.
경제분석가인 미첼 리 마크씨가 미국내 상위 1천개 대기업 중역들에게
돌린 설문조사에서도 탈진(26%)은 실직(54%)다음으로 무서운 공포의
대상임이 확인됐다.
심리학자인 허버트 프로이덴버거박사는 자신의 저서"탈진,그 비싼
성공의 대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BURNOUT,HOW TO BEAT THE
HIGH COST OF SUCCESS )"에서 탈진의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대부분의 중역들이 일에 지친 나머지 낡은 타이어에서
바람 빠지듯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탈진해 가고 있다고 전한다.
이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신경쇠약에 걸리기도 하고 알츠하이머병이
오지 않을까 공포에 떨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프로이덴버거박사는 탈진의 초기증세로 피로 불면 두통이 오며
다음에는 위장장애,심장병 그리고 의기소침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이런 과정속에서 많은 중역들이 알코올에 빠지고 과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탈진의 처방으로 카운셀링을 받고 스포츠를 즐기거나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등 생활스타일을 바꾸도록 권한다.
또 휴가를 여러번 나눠 갖고 회사를 옮겨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충고한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제 우리 기업의 중역들도 국제화 세계화의 추세에 맞춰 끝없는 경쟁과
분발을 강요받고 있다.
국경없는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선진기술을 추월해야 하고 의식개혁에
앞장 서야하는 이중 삼중의 부담을 안고 뛰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인생이라는 것과 일의 의미를 한번쯤 되새기는 여유를
가져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