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3.4분기 국민총생산(GNP)"은 한마디로 수출과
설비투자의 확대로 경기가 확장국면을 지속하고 있으나 민간소비증가율이
성장율을 웃도는등 과소비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요약된다.

3.4분기 경제성장율 7.5%는 1.4분기(8.9%)와 2.4분기(7.8%)보다는 다소
낮다.

그러나 농림어업부문(마이너스 5.1%)을 제외할 경우 성장율이 8.7%로
2.4분기의 8.4%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경기확장(한은표현)이 지속되고 있음을 뜻한다.

경기확장의 견인차는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수출.

3.4분기 설비투자증가율은 23.4%로 지난 88년 1.4분기(23.7%)이후 6년반만
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3.4분기 전체성장율(7.5%)의 절반가량(3.2%포인트)을 설비투자가 차지했을
정도다.

이강남 한은조사2부장은 "수출과 설비투자중심의 성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경기확장의 과정에서 중화학공업과 경공업부문의 성장률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 부문의 성장률격차는 93년 4.4분기 13.4%포인트차까지 간격이 벌어진데
이어 올 1.4분기에는 12.0%포인트, 2.4분기에는 10.2%로 좁혀졌다.

3.4분기에는 4.4%포인트로 간격이 줄어들어 적어도 지수상으로는 경기
양극화가 크게 해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그동안 추진해온 경공업의 자동화를 통한 구조조정이 어느정도 실효를
거두고 있고 중공업부문의 성장이 확산되는 과정으로 볼수도 있다.

그러나 3.4분기중 경공업성장율(5.7%)는 지난 여름 52년만에 찾아온
무더위때문에 음식료업종이 이례적으로 성장(13.2%)한데 힘입은 것이다.

경공업의 대표산업인 신발(마이너스 31.1%)와 섬유의복(마이너스 1.3%)이
마이너스성장을 지속하는 것을 보면 실질적인 격차는 더욱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내수증가와 수출호조로 경기상승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럴때
세부적 문제점에 대한 미조정(fine-tuning)을 해두지 않으면 문제가 확산될
소지가 크다"(유한수 POSCO경영연구소장)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물론 한은은 최근의 성장세를 "아직 과열이라고는 보지 않는다"(이부장)고
밝히고 있다.

제조업가동율이 80%를 넘어서고 있으나 20%대의 설비투자가 끝나면 가동율
이 적정수준으로 돌아올 것이고 중소기업인력애로도 크게 문제없다는
평가다.

공산품가격이 올들어 1.9% 오르는데 그쳤고 건축자재값도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한몫 한다.

그러나 민간소비증가율(7.6%)이 성장율(7.5%)를 웃돈 것은 그동안의
과소지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는 수입구조를 봐도 나타난다.

3.4분기중 수입증가율이 지난 86년 4.4분기(29.7%)이후 8년만에 가장 높은
21.8%를 기록했으나 소비재수입의 증가율도 이에 버금가는 21.4%를 보였다.

한은도 "소비가 지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데는 동의한다.

내년도 세계경제는 올해(3.2%)보다 높은 3.7%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
된다.

이에따라 교역량도 6.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27%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확장이 확장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결국 총수요의 안정적 관리가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윤호 럭키금성연구소장은 "내수부문이 아직 과열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지나치게 빠르게 확장되지 않도록 대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