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총통화증가율이 당초 억제목표선인 14%대(연말기준)보다 훨씬 높은
16% 안팎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예상보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있다는 얘기다.

이론적으론 시중에 돈이 많으면 금리는 떨어지게 되어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에선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좀처럼 금리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장기금리의 기준이 되고
있는 3년만기 회사채유통수익률의 경우 지난달말의 연13.70%에서 13.87%로
0.17%포인트 올랐다.

이런 현상은 왜 벌어질까. 전문가들은 증시활황으로 인해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데다 은행권의 자금도 한국통신
입찰과 기업은행주식공모로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에 상당액 묶여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따라 채권수요는 줄어들고 결국 채권금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은 지난 9월부터 본격화됐다. 8월말현재 2조
6천5백81억원에 불과했던 고객예탁금은 9월 한달동안 2천8백83억원
늘었고 10월에는 5천58억원 증가했다.

이달들어서도 증가세를 지속해 21일현재 3조4천5백7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두달반만에 8천억원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주식관련상품들의 수신고도 크게 늘고있다.

투자신탁회사의 주식형수익증권은 21일현재 총잔액이 12조5천1백75억원
으로 11월들어서만 1조4백86억원 증가했다.

반면 채권형상품들의 수신고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주로 채권을 운용
하는 신탁계정의 경우 10월중 추가적인 수신유입규모가 1조4천억원선
이었다.

이는 9월 증가분의 절반수준이다. 11월들어서도 9백76억원(21일현재)
늘어나는데 그쳤다.

투신사의 공사채형 펀드는 오히려 감소추세다. 10월중 5천4백억원이
줄어든데 이어 이달들어서도 1천9백66억원 감소했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한국통신주식입찰과 기업은행 주식공모도 자금흐름
을 경직시키는데 한몫을 단단히 했다.

4천5백억원의 한통입찰자금과 1조원이상의 기업은행공모자금이 국민은행
과 기업은행에 묶여 있어 다른 은행들의 자금운용을 빡빡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중자금은 12월중에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재정자금방출규모가
예년보다 훨씬 커 연말까지 적어도 4조~5조원이 풀리고 12월1일부터는
주식시장의 종목당 외국인주식투자한도의 확대로 1조원이상 추가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같은 통화량증가세를 감안, 통화당국은 앞으로 어느 정도 통화를
죄지않을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이미 11월 상반월 지준 마감일인 22일 은행들의 지준이 6천5백억
원가량 남아돌자 이중 5천억원을 총액한도대출상환으로 거둬들였다.

23일에는 2조원에 달하는 환매채(RP)의 만기가 돌아옴에 따라 여기에
1조원을 추가해 3조원의 환매채규제를 했다.

또 은행에 가계대출등 꼭 필요하지않은 민간신용공급과 주식투자를
줄이도록 강력히 유도할 계획이기도 하다.

그러나 통화당국이 통화를 무리하게 죄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제3단계금리자유화의 시행을 앞두고있는 탓이다.

통화를 긴축적으로 운용할경우 일시적으로 금리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커 강력한 통화긴축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계에선 따라서 총통화증가율은 높아지지만 금리는 떨어지지않는
현상이 적어도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