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항공시장에서 한 회사가 살아남는 것은 그 자체가 경이적인(?)
일에 속한다.

끝도없는 요금인하경쟁이 시작된 지는 이미 오래전이고 이제는 황폐해진
경영으로 존립자체가 문제 되고 있다.

아직 살아있는 회사는 제살을 깎아내는 대규모의 인원정리에 나섰는가
하면 힘있는 회사에 흡수돼 겨우 명맥이나마 유지하는 회사도 있다.

홍콩을 거점으로 취항하는 케세이퍼시픽항공사도 여건은 마찬가지다.

더욱이 홍콩의 반환문제로 사업의 영속성에도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같은 불안요인을 떨쳐버리려는듯 케세이는 아시아기업임을 내세우고
과감하게 변신을 선언했다.

대변신의 주역은 케세이의 피터 수치 회장이다.

그는 종래 서구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케세이의 외관부터 뜯어고치기로
했다.

우선 아시아기업임을 내세우기 위해 항공기꼬리 날개에 있는 영국국기형상
의 마크를 지우고 아시아정서에 맞는 새로운 마크로 산뜻하게 단장했다.

이어 대고객서비스 개선을 위해 항공기를 장거리에도 논스톱취항이 가능한
최신형 A340s로 교체키로 했다.

이를위해 항공기구입에 40억달러를 긴급투입키로 했다.

피터 수치 케세이항공사회장은 "우리는 외형부터 아시아의 일원임을
내세우기 위해 지난25년간 사용해 왔던 정든마크를 과감히 버렸다"고
말했다.

케세이는 지분의 52%를 영국그룹인 스와이어 퍼시픽이 소유하고 있는
항공사다.

그래도 케세이승객의 80%는 아시아인이다.

동양을 여행하는 백인들은 케세이를 아시아항공사로 간주하는 반면 정작
아시아인은 케세이를 승객관리를 잘하고 항공사고가 거의 없는 안전한 서구
항공사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케세이의 주체성(아이덴터티)에 문제가 생길수 밖에 없게 됐다.

피터 수치 회장은 아시아항공사임을 과시하기 위해선 보다 구체적인 후속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내식에 아시아음식을 대거 포함시켰고 언어도 다양화시켰다.

기종도 승객에게 쾌적한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해 자리 수가 많은 보잉
777기보다는 에어버스의 A340을 선택했다.

그러나 수치회장의 고민은 홍콩이 반환되는 오는97년이후의 장래문제라고
할수 있다.

물론 올초 중국정부는 케세이가 지금처럼 영국회사로서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중국정부는 이를 입증하듯 최근 홍콩의 한 작은 항공사인수를 둘러싸고
케세이와 홍콩에 진출한 중국본토기업인 차이나서던항공사간에 벌어졌던
인수경쟁에서 케세이의 편을 들어줬다.

그렇다고해서 불안이 사라질 수는 없다.

홍콩의 전문가들은 현재 이 회사의 대주주인 스와이어사가 그 때쯤이면
현재 52%인 지분율을 스스로 50%이하로 낮추는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케세이가 보다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홍콩의 지역항공사인
드래곤항공사와 통합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와이어사의 한 임원은 합병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은 피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지분문제에 관한 어떤 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홍콩의 기업분석가들은 "그것이 케세이가 앞으로도 정상영업을 할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한다.

< 김영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