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지리학과 교수가 일식집 셰프가 됐다. <노소동락>은 그 좌충우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책을 쓴 손일은 1956년 일본 오카야마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다. 1961년 귀국해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고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했다. 교수가 돼 대한지리학회장까지 지냈던 그는 2017년 부산대에서 퇴임했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정년을 5년 앞두고 조기 퇴임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겠다고 정한 건 아니었다. 그러다 자신에게 내재한 ‘요리 본능’을 발견했다. 그는 틈날 때마다 요리 프로그램을 봤다. 레시피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아내의 권유로 교회 식당에서 200명분의 점심을 준비해 본 적도 있다. 개업을 마음먹고 요리학원에 갔다. “나이도 나이지만 경험이나 이력이 전무한 요리 분야에서 취업하거나 요리 관련 사업을 하려면, 뭔가 그럴듯한 라이선스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는 설명이다. 학원은 후쿠오카에 본교가 있는 일본 3대 요리학원 중 하나인 나카무라 아카데미였다. 그 분교가 서울에 있었다. 6개월을 배운 뒤 2019년 가을 개업했다. 서울 송파경찰서 뒤에 조그맣게 가게를 냈다. 1인 식당이었다. 오뎅이 주였다. 조림, 계란말이, 가라아게, 지라시즈시, 참치회, 가이센동, 나베 등도 팔았다. 책에는 가게 메뉴를 정하고 재료를 사러 시장을 돌아다니는 일, 카운터석에 앉은 손님에게 메뉴에 없는 요리를 건네며 슬그머니 웃었던 날, 어린 손주와 요리를 나누어 먹었던 시간 등이 그려진다. 그가 운영했던 식당 ‘동락’은 2022년 1월 폐업했다. 코로나도 이겨냈고, 맛집으로 소문이 났지만 혼자서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같은 세계적 명문 악단들이 앞다퉈 찾는 체코 출신의 젊은 거장 지휘자가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빠르게 성장하는 지휘자”(2017)라고 평한 지 6년 만에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지휘자 중 한 명”(2023)이라고 인정한 명(名)지휘자 야쿠프 흐루샤(43)다. 이미 정상에 오른 그에겐 직함이 많다. 2016년부터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로 활동 중인 흐루샤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산타 체칠리아 국립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 지휘자도 겸하고 있다. 내년부터 영국의 명문 로열 오페라 극장 음악감독 자리까지 꿰찬다. 그야말로 현재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지휘자 중 한 명인 흐루샤를 지난달 24일 체코 프라하 루돌피눔에서 만났다. 바쁜 일정에도 지친 기색 없이 환히 웃으며 악수를 먼저 청한 그는 “‘프라하의 봄’은 내게 단순히 유명한 클래식 페스티벌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열 살이 채 되지 않았던 때부터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를 보면서 지휘자로서의 꿈을 키웠어요. 축제의 전통 중 하나가 바로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을 첫 프로그램으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내 인생 최고의 음악이었어요. 공연 내내 소름이 끼쳐서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지난달 28일 저녁 체코 프라하 루돌피눔 드보르자크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라하 필하모닉 합창단을 이끄는 야쿠프 흐루샤의 지휘봉이 움직임을 멈추자,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환호한 50대 신사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분명 그만 느낀 감정이 아니었다. 나비넥타이와 턱시도로 멋을 낸 청년들부터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여성들까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1200여 명의 청중은 일제히 뜨거운 탄성을 내뱉었다. 그렇게 시작된 기립박수는 무려 15분간 쉼 없이 쏟아졌다. 객석 곳곳에선 “브라보” “원더풀” 등 감탄사가 연신 들려왔다. 제79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에서 열린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 기념 공연 ‘영광스러운 리부셰(콘서트 오페라)’ 얘기다. 이날 무대에선 체코의 건국 신화에 나오는 전설 속 공주 리부셰와 그의 남편 프르제미슬의 만남, 체코의 건국 이야기 등을 담은 스메타나의 오페라 ‘리부셰’가 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