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의 사회적합의 거부는 정부의 임금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과 함께
내년도 전국사업장의 임금협상을 혼란속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93,94년 2년동안 전국단위사업장의 임금인상기준으로 작용해온 노,경총
단일임금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노조는 고율의 인상을 고집하고 사용자
는 낮은 임금안을 제시하며 팽팽히 맞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노총은 사회적합의를 하지않는 내년도에는 지난92년이전 처럼 노총과
경총이 따로 요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노총은 사용자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두자리수의 높은
인상안을 내놓을 것이 분명하고 경총은 저율의 인상안을 제시함으로써
단위조합에서 임금협약을 둘러싸고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임금안정에 앞장서왔던 노총이 재야노동단체와 마찬가지로
노동법개정연기 반대,외국인연수생 수입반대등 정부와 사용자에 대한
투쟁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여 전국산업현장이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릴 우려마저 있다.

노총은 그동안 개방화,국제화시대를 맞았다며 근로자도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경제주체로서 경쟁력강화에 나서야한다는 점을 강조해왔고
대립과 투쟁을 자제하고 노사화합에 기여온게 사실이다.

노총은 그러나 사회적합의를 하지 않기로 한 마당에 테이블에서
사용자나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필요가 없다며 앞으로는
투쟁중심의 노동운동을 펼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노총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내년도 임금방향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으론 노,경총이 임금인상안을 따로 마련,이를
현장사업장의 임금지침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임금정책을 노사자율에 맡겨온 정부로서도 이제 새로운 임금정책을
세워야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노사분규의 해결까지 노사자율에 맡겨온 정부로서는 중앙단위의 노사간
임금인상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정부주도의 임금가이드라인까지 검토해야
하는 등 임금정책이 후퇴할 우려마저 있다.

노총이 사회적합의를 거부함에 따라 전국단위사업장의 노사는 새로운
임금정책이 무엇이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윤기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