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세계대전이후 국제통화질서의 확립을 위해 설립되었던 브레튼우즈체제는
1971년 미국의 닉슨대통령이 달러화의 금태환 정지를 선언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트리핀은 브레튼우즈체제가 근본적으로 실패할수 밖에 없었던 모순이
내재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브레튼우즈체제는 미국의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이른바 금환본위제
(gold exchange standard system)로 미달러화만이 금과의 일정한 교환비율을
유지하고 나머지 각국가들의 통화는 달러와 일정한 교환비율을 정하는
제도였다.

말하자면 달러화를 매개로 하여 금과의 교환비율을 정하는 고정환율제도
였다.

따라서 매개체인 달러화의 가치가 흔들리면 그에 매달려있는 다른국가들의
통화가치도 흔들리게 되고 국제환율의 안정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다시말해 한국가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통화가치가 장기적
으로 안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물가수준의 안정과 기축통화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바로 이 기축통화에 대한 신뢰가 문제다.

국제무역이 점차 증대되면서 각국에서는 더 많은 기축통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브레튼우즈체제하에서는 달러화가 기축통화였기 때문에 각국에서는 달러의
보유를 점차 늘려갔다.

그런데 미국이 달러의 발행을 늘리지 않는 한 미국이외의 국가들에서
달러화가 쌓이기 위해서는 달러화가 흘러 나가야 하고 이는 곧 미국의
국제수지가 적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수지의 적자가 계속되면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은 미국경제의
능력에 대해 의심을 품게되고 결국 달러화의 장기적 지불능력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신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지불능력에 대한 신뢰가 있어 기축통화로 정해진 달러화가 기축
통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어쩔수없이 신뢰가 떨어질수 밖에 없는
내재적 모순을 트리핀의 역설 또는 트리핀 딜레마, 유동성 딜레마라고 한다.

결국 프랑스의 드골이 1962년부터 보유하고 있던 달러화를 금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면서 브레튼우즈체제는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1968년의 국제통화
위기를 겪으면서 막을 내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