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경제의 ''개혁 5년''은 국가에 따라 크게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폴란드 체크 헝가리 등 선두 주자들은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는 반면
내전에 휘말려든 유고나 알바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등은 여전히 갈길이
멀다.

<<< 폴 란 드 >>>

폴란드는 충격요법으로 불리는 지난 90년의 급진적 경제개혁 추진으로
한때 위기상황에 봉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92년 이후 동유럽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경기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 최선봉으로 부상했다.

지난 90년만 해도 11.6%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폴란드는 92년들어
마침내 플러스성장으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4.0%의 고무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개혁초기에 나타났던 초인플레 현상도 거의 진정됐다.

지난 90년 5백85.8%에 달했던 인플레율이 지난해에는 35.3%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실업률만은 고삐가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90년 6.3%에 달했던 실업률은 지난해 15.7%로까지 악화됐다.

무역수지도 문제를 안고 있다.

잇단 국내통화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적자 행진이 계속돼 지난해에는
23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폴란드 경제의 최대 현안은 93년말 현재 4백91억달러에 달하고 있는 외채
문제다.

다행히 올들어 파리클럽(서방채권국회의)과의 공적외채 삭감 합의, 런던
클럽(서방채권은행단)과의 민간외채 삭감합의등으로 폴란드의 외채부담은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앞으로 폴란드 경제는 투자및 소비증가등에 힘입어 연간 4~5%의 GDP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율은 연30%, 실업률은 15%선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수지는 적자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외자유입증가에 힘입어
경상수지 적자폭은 점차 축소될 전망이다.

<<< 체 크 >>>

체크는 93년1월1일 연방분리 이후 GDP 물가 경상수지등의 면에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90년이후 93년까지 하락세를 보이던 GDP도 올들어서는 물가안정과 실질
임금증가, 소비증가등에 힘입어 3%의 플러스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 91년 56.7%에 달했던 인플레율도 올해는 9.0%선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실업률도 낮은 편이어서 지난해에는 3.5%에 머물렀다.

체크 경제의 최대 현안은 석유화학산업 민영화다.

기계 수송장비등 전통적 산업의 침체경향과 농업부문의 생산감소도 시급한
대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앞으로 체크 경제는 연방분리의 충격이 완화되고 정치적 안정이 지속됨에
따라 연간 3~4%의 GDP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93년까지 흑자기조를 유지해왔던 경상수지는 본격적인 경제성장에
따른 수입수요 증가로 94년부터는 적자로 전환될 것이란 분석이다.

<<< 헝 가 리 >>>

헝가리 경제는 폴란드 체크와는 달리 지난해에도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92년이후 GDP 감소폭이 줄어드는등 점차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1%의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인플레율은 에너지및 농산물 가격 급등, 임금인상등으로 22.5%에
달했다.

실업률은 93년말 기준으로 12.1%를 기록했다.

대외경제측면에서는 91년 이래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및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국가에 대한 무역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

올상반기중 EU에 대한 무역수지는 4억8천5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EFTA에 대해서도 5억달러의 적자를 보았다.

그러나 헝가리는 93년말 현재 55억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는등
외자유치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헝가리 경제의 가장 큰 현안은 경제활성화 방안 모색과 재정지출억제,
국영기업 민영화등이다.

헝가리 정부는 현재 노조의 임금인상, 사회보장강화, 민영화속도완화,
고용보장등의 요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외경제 부문에서는 경상수지 적자완화, 외채상환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대로 95년도 경상수지 적자폭을
15억달러로 축소하기 위해 금년 8월 포린트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외채문제는 헝가리 경제가 안고 있는 난제 가운데 하나다.

93년말 현재 헝가리의 총외채는 약2백46억달러로 동유럽국가중 1인당
외채규모가 가장 높다.

앞으로 헝가리 경제는 지난 5월 공업생산이 전년동기대비 11.3% 증가한
점에 비추어 볼때 금년중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긴축정책 여파로 당초 예상했던 2~3%의 GDP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율은 에너지 가격과 소비세 인상등으로 95년까지는 연20%선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루 마 니 아 >>>

루마니아 경제는 93년들어 건설및 농업부문 생산활동이 크게 회복되고
공업생산도 점차 증가세를 보이는등 경기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92년만 해도 13.6%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루마니아는 지난해
1%의 플러스성장으로 돌아선데 이어 올해도 3.7%의 GDP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90년초 가격자유화가 실시되면서 촉발됐던 초인플레 현상은 지난해
에도 2백56.1%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등 전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업률 역시 지난해의 9.6%에서 올해는 14.0%, 내년에는 15.0%로 계속
악화될 전망이다.

설비.기계류등의 수입억제및 투자부진에 따른 대외 경쟁력 저하, 에너지
생산감소에 따른 공업생산 위축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루마니아 정부는 올들어 바우처방식에 의한 국영기업 민영화에 착수하는등
개혁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는데 루마니아의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올해가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IMF등 국제금융기관의 자금지원과 외국인 투자 유치도 루마니아 경제회복의
열쇠가 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개혁이 본격화될 경우 실업및 임금상승, 재정적자 심화등은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슬 로 바 키 아 >>>

연방분리후 슬로바키아는 체크와는 대조적으로 경기침체 인플레 실업등
국내경제부문에서 심각한 불안양상을 빚어 왔다.

전통적으로 군수및 중공업 부문이 밀집돼 있던 슬로바키아지역은 91년
구코메콘 붕괴 이후 체크에 비해 3배나 높온 고실업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연방분리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연방분리 이후 슬로바키아 정부는 경기회복과 국내산업보호를 위해 자국
통화평가절하및 비관세장벽 강화등을 통해 수출증가및 수입억제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올해도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업률은 15.6%선으로 악화돼 슬로바키아 경제의 최대 현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나 외채부문에서는 다소 안정적인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불 가 리 아 >>>

불가리아 경제는 89년이후 줄곧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2.5%와 1%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인플레나 실업 측면에서도 그다지 안정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91년에 실시된 가격자유화로 연인플레율이 3백34%까지 치솟았는데
지난해에도 72.3%를 기록,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불가리아 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 현안은 구체제하에 추진된 중화학공업
위주의 산업구조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이다.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경공업과 서비스 부문을 활성화시키는 것이야말로
불가리아 경제의 장래가 걸린 중대사가 되고 있다.

한편 EU및 EFTA등과의 준회원국협정및 자유무역협정체결로 불가리아는
이들 시장에 공산품등을 수출할 경우 상당한 특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들 시장이 불가리아의 대외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더욱 커질 전망
이다.

그러나 구소련으로부터의 에너지 공급이 거의 중단된데다 경화 부족으로
원자재 조달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본격적인 성장국면으로 진입하기까지
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불가리아 경제의 앞날은 정치안정및 경제개혁 진척상황, 외자유입정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지적이다.

< 김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