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관료] (61) 제5편 신패러다임을(10) 대미비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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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는 재정적자나 무역적자를 줄이는 게
아니다. 그 보다는 능력및 신뢰적자(performance & trust deficit)를
없애는 일이 더 급하다"
지난해 9월 앨 고어부통령이 반장을 맡은 "국가행정 점검반"이 6개월간의
작업끝에 내놓은 보고서의 머리글이다.
보고서는 이렇게 이어진다.
"워터게이트사건이나 베트남전쟁 때 국민들은 정부의 도덕성만을 중시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정부가 그 기능을 수행할 능력이 있느냐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실 정부는 효과도 없는 정책실현을 위해 너무나 많은 세금을 낭비해
왔다. .. 납세자들을 고객으로 생각하는 기업가형 정부로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보고서의 결말은 이렇다.
"정부조직을 대폭 줄여야 한다. 앞으로 5년동안 연방공무원의 12%를
줄이고 체제를 정비한다면 예산절감 효과는 1천80억달러나 될 것이다"고.
키워드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다.
클린턴대통령은 이 보고서의 건의를 받아들여 즉각 행정개혁에
착수한다.
무역 과학기술등 각 부처에 산재해 있던 중요 분야별 기능을 특정부처로
일원화하는 게 그 작업의 시발이었다.
예컨대 무역대표부와 상무부가 나눠갖고있던 대외통상정책 집행업무를
대표부로 일원화했다.
대신 상무부는 연구개발촉진 기술이전장려등 경쟁력강화 관련 업무에
주력토록 했다.
국무부와 교통부가 맡았던 민간항공 어업등의 대외통상협상업무는
무역대표부에 몰아줬다.
각 부처에 흩어져있던 과학기술관련 부서를 대폭 없애고 대신 백악관
직속의 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했다.
부처간 업무분장이 명확해야 행정의 비효율을 최대한 제거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부처간 업무중복에 따른 할거주의와 영역다툼을 방지하기 위한 것도
하나의 목적이었다.
클린턴은 이같은 부처간소화에 앞서 비서실(EOP)조직부터 대폭 축소
했다. 예컨대 정보감독위원회같은 기구를 폐지했다.
미국행정부는 이처럼 거대한 수술작업이 필요하리만큼 절대적으로
비효율적인 조직체였던가.
한국정부를 비교대상으로 삼는 상대적 평가라면 "그렇지 않다"는 게
정답이 될 만하다.
단적인 게 행정부처(국무위원급 기준)를 따져보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무위원급 부처가 무려 26개나 되는 반면 미국은
단 14개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은 상공자원부 체신부 과학기술처 등으로 나뉘어있는 산업관련
업무를 미국은 상무부 한 부처에서 관장하고 있을 뿐이다.
클린턴행정부의 개혁은 부처정비에서 끝나지 않는다.
예산개혁이라는 칼날을 들이댔다.
대표적인 게 매년 한차례씩으로 돼있던 예산편성방식을 "2년에 한번"
으로 개편한 것. 형식적인 예산업무에 소요되는 관련부처의 시간낭비를
줄이는 효과를 겨냥해서였다.
뿐만 아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통용되고 있는 "불용액 삭감관행"을
없앴다.
예를 들어 어느 부처가 그해 배정받은 예산의 특정항목중 1억달러의
예산을 쓰지못한채 남기면 그 돈을 환수하는 건 물론이고 다음해
예산배정때 그만큼의 액수를 삭감한다는 게 이른바 "불용액 처리"다.
해당부처로서는 2중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따라서 연말이 되면 각 부처는 예산잉여가 예상될 경우 필요하지도
않은 사업을 만들어 예산을 마구 써버린다.
한국같으면 서울시가 연말마다 시청주변의 말짱한 보도블록을 뜯었다가
다시 설치하는 식으로. 그러나 미국정부는 편성된 예산을 아껴 쓸 경우
절감액의 50%를 차기 회계연도에 이월시킬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바꿨다.
예산낭비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결과중시 예산편성"을 통해 정부지출관리를 강화한 셈이다.
클린턴행정부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각 부처로 하여금 조직의 특성과 문화를 반영해 업무성과와 실적에
따라 승진및 급여를 차별화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한 것. 실적이
부진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해고조치도 취할 수 있게끔 했다.
미국정부의 행정개혁은 그러니까 대통령이 앞장서서 <>행정조직 <>기능
<>예산등 근본적 부문을 수술하는 데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제도와 시스템 자체를 뜯어고치면서.
그러나 한국정부는 어떤가.
행정병폐를 제거할 근인에 대한 통치권차원의 처방은 찾아보기 힘들다.
있다면 "윗물맑기 운동"같은 캠페인차원의 구호와 지시뿐이다.
부처할거주의에서 비롯되는 각종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선 통치권
차원의 "교통정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니 나타나는 건 행정의 난맥상 뿐이다.
경제행정규제완화 작업이 단적인 예다.
청와대내의 "규제완화 특별점검반"을 비롯해 총리실 경제기획원
상공자원부 총무처등 무려 5군데에 비슷한 기구가 중복 운영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관료들도 분명 자성하고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은 인
정합니다. 그러나 관료들에게 이런 저런 문제를 일일이 알아서 고치라고
한다면 어느 세월에 그게 되겠습니까.
"위"에서 풀어줘야 할 고리를 그대로 둔 채 모든 행정병폐의 문제를
일선 행정부처와 관료들에게 떠넘긴다면 무엇이 제대로 해결되겠습니까"
라는 중견 과천관료들의 절규는 새삼 곱씹어 볼 만 하다.
한국의 청와대는 "행정능력과 신뢰에 대한 적자"를 보지 못하는 걸까.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5일자).
아니다. 그 보다는 능력및 신뢰적자(performance & trust deficit)를
없애는 일이 더 급하다"
지난해 9월 앨 고어부통령이 반장을 맡은 "국가행정 점검반"이 6개월간의
작업끝에 내놓은 보고서의 머리글이다.
보고서는 이렇게 이어진다.
"워터게이트사건이나 베트남전쟁 때 국민들은 정부의 도덕성만을 중시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정부가 그 기능을 수행할 능력이 있느냐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실 정부는 효과도 없는 정책실현을 위해 너무나 많은 세금을 낭비해
왔다. .. 납세자들을 고객으로 생각하는 기업가형 정부로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보고서의 결말은 이렇다.
"정부조직을 대폭 줄여야 한다. 앞으로 5년동안 연방공무원의 12%를
줄이고 체제를 정비한다면 예산절감 효과는 1천80억달러나 될 것이다"고.
키워드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다.
클린턴대통령은 이 보고서의 건의를 받아들여 즉각 행정개혁에
착수한다.
무역 과학기술등 각 부처에 산재해 있던 중요 분야별 기능을 특정부처로
일원화하는 게 그 작업의 시발이었다.
예컨대 무역대표부와 상무부가 나눠갖고있던 대외통상정책 집행업무를
대표부로 일원화했다.
대신 상무부는 연구개발촉진 기술이전장려등 경쟁력강화 관련 업무에
주력토록 했다.
국무부와 교통부가 맡았던 민간항공 어업등의 대외통상협상업무는
무역대표부에 몰아줬다.
각 부처에 흩어져있던 과학기술관련 부서를 대폭 없애고 대신 백악관
직속의 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했다.
부처간 업무분장이 명확해야 행정의 비효율을 최대한 제거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부처간 업무중복에 따른 할거주의와 영역다툼을 방지하기 위한 것도
하나의 목적이었다.
클린턴은 이같은 부처간소화에 앞서 비서실(EOP)조직부터 대폭 축소
했다. 예컨대 정보감독위원회같은 기구를 폐지했다.
미국행정부는 이처럼 거대한 수술작업이 필요하리만큼 절대적으로
비효율적인 조직체였던가.
한국정부를 비교대상으로 삼는 상대적 평가라면 "그렇지 않다"는 게
정답이 될 만하다.
단적인 게 행정부처(국무위원급 기준)를 따져보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무위원급 부처가 무려 26개나 되는 반면 미국은
단 14개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은 상공자원부 체신부 과학기술처 등으로 나뉘어있는 산업관련
업무를 미국은 상무부 한 부처에서 관장하고 있을 뿐이다.
클린턴행정부의 개혁은 부처정비에서 끝나지 않는다.
예산개혁이라는 칼날을 들이댔다.
대표적인 게 매년 한차례씩으로 돼있던 예산편성방식을 "2년에 한번"
으로 개편한 것. 형식적인 예산업무에 소요되는 관련부처의 시간낭비를
줄이는 효과를 겨냥해서였다.
뿐만 아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통용되고 있는 "불용액 삭감관행"을
없앴다.
예를 들어 어느 부처가 그해 배정받은 예산의 특정항목중 1억달러의
예산을 쓰지못한채 남기면 그 돈을 환수하는 건 물론이고 다음해
예산배정때 그만큼의 액수를 삭감한다는 게 이른바 "불용액 처리"다.
해당부처로서는 2중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따라서 연말이 되면 각 부처는 예산잉여가 예상될 경우 필요하지도
않은 사업을 만들어 예산을 마구 써버린다.
한국같으면 서울시가 연말마다 시청주변의 말짱한 보도블록을 뜯었다가
다시 설치하는 식으로. 그러나 미국정부는 편성된 예산을 아껴 쓸 경우
절감액의 50%를 차기 회계연도에 이월시킬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바꿨다.
예산낭비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결과중시 예산편성"을 통해 정부지출관리를 강화한 셈이다.
클린턴행정부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각 부처로 하여금 조직의 특성과 문화를 반영해 업무성과와 실적에
따라 승진및 급여를 차별화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한 것. 실적이
부진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해고조치도 취할 수 있게끔 했다.
미국정부의 행정개혁은 그러니까 대통령이 앞장서서 <>행정조직 <>기능
<>예산등 근본적 부문을 수술하는 데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제도와 시스템 자체를 뜯어고치면서.
그러나 한국정부는 어떤가.
행정병폐를 제거할 근인에 대한 통치권차원의 처방은 찾아보기 힘들다.
있다면 "윗물맑기 운동"같은 캠페인차원의 구호와 지시뿐이다.
부처할거주의에서 비롯되는 각종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선 통치권
차원의 "교통정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니 나타나는 건 행정의 난맥상 뿐이다.
경제행정규제완화 작업이 단적인 예다.
청와대내의 "규제완화 특별점검반"을 비롯해 총리실 경제기획원
상공자원부 총무처등 무려 5군데에 비슷한 기구가 중복 운영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관료들도 분명 자성하고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은 인
정합니다. 그러나 관료들에게 이런 저런 문제를 일일이 알아서 고치라고
한다면 어느 세월에 그게 되겠습니까.
"위"에서 풀어줘야 할 고리를 그대로 둔 채 모든 행정병폐의 문제를
일선 행정부처와 관료들에게 떠넘긴다면 무엇이 제대로 해결되겠습니까"
라는 중견 과천관료들의 절규는 새삼 곱씹어 볼 만 하다.
한국의 청와대는 "행정능력과 신뢰에 대한 적자"를 보지 못하는 걸까.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