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실시될 예정이던 한국기업평가의 공개매각이 유찰되자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기평의 모회사인 산업은행은 이날 "입찰등록 마감날인 지난 10일까지
등록한 업체가 한 군데도 없어 이번 공매는 유찰됐다"며 "12월중 2차 공매
입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유찰"이라는 결과보다는 "유찰"된 배경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는 상태다.

당초 입찰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시중은행 보험사 리스업체등이 아예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초부터 한기평에 군침을 흘렸던 금융기관들의 포기배경에 대해
말들이 많다.

소위 금융전업기업군을 노린다는 제일은 신한은 교보 대신증권등은 산은이
내건 입찰참가자 조건에 불만을 표시, 입찰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들은 "반드시 5개기관 이상이 공동으로 입찰해야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산은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신용평가회사가 아무리 공정성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5개기관 공동입찰"
은 무리라는 얘기다.

게다가 입찰조건상 한 업체가 20%이상의 지분을 가질수 도 없게 돼있어
당초 생각했던 매력이 엷어졌다는 주장도 곁들인다.

이번 입찰에 가장 적극성을 띠었던 리스회사들의 불참이유도 이와 별다르지
않다.

리스사들은 당초 산은의 입찰공고가 났을때 신용평가기관을 갖고 있지
않은 리스업체들을 컨서시엄으로 형성, 공동매입하는 방안을 강구했었다.

그러나 산은에서 흘러나오는 매각액이 당초 예상보다 상당폭 높아지자
협회를 중심으로 추진했던 매입계획은 무산되고 매입을 희망하는 회원사가
개별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리스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 매수희망자들 사이에는 한기평의 실제자산
가치보다 몇백억원의 프리미엄을 얹어야 인수가 가능하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고 말하고 코스트가 너무 높아 협회는 빠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유로 리스업계 전체가 인수하려 했던 당초 계획은 무산됐다.

대신 오래 전부터 한기평 인수에 관심을 표명했던 개발리스 한일리스
광은리스등이 재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리스사외에도 12월의 재입찰에 도전하려는 세력이 있다고 전해진다.

이는 다름아닌 지방은행들.

지방은행들은 현재 은행연합회가 출자한 한국신용정보와는 별도로 독자적인
신용평가기관을 보유하려고 한기평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지방은행중에서 구체적으로 인수를 표명한 지방은행은 대구 광주
충청 전북 경남은행등 다섯 군데.

그러나 이번 입찰자 등록직전에 전북 경남은행이 난색을 표명, 컨서시엄
형성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이들 지방은행들은 나머지 두개은행을 보충, 2차입찰에 재차
도전장을 낸다는 방침이다.

한기평의 93년 매출액은 25억5천4백만원.

이는 동종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정보(1백10억5천7백만원) 한국신용평가
(75억8천1백만원.94년6월결산)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한신정이나 한신평과 같이 신용카드 조회사업에 진출하고 있지
않아 신용평가부문의 매출이 90%를 웃돌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한기평의 성격은 얼마든지 사업다각화를 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뜻도 된다.

만일 12월중 실시되는 재입찰에서 리스나 지방은행, 혹은 다른 금융기관에
한기평이 넘어갈 경우 이들 매입기관들은 맨 먼저 이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