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시 도심에서 동남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삼성전관
베를린공장.

구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을 가로지르던 슈프레강의 동쪽에 자리잡은 이
공장이 시장경제체제를 구동독지역에 전파하는 모델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관 베를린공장에 고용된 9백여명의 구동독인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일을 한다.

예전 사회주의체제하에서는 상상도 할 수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무
불만없이 휴일에도 생산라인에 들어선다.

삼성전관이 이지역 금속노조와토요일과 일요일근무에 합의,특별수당을
지급하며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는것이다.

김인태관리부장은 "휴일근무실시로 사회주의의 관행에 젖은 이곳 근로자
들에게 시장경제체제에적응할 수 있는 마인드를 심어주는 한편 생산량
증대라는 이중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성실하고 능력은 있으나 피동적인
이곳 근로자들을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베를린공장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고 판단, 사회주의권뿐 아니라 유럽지역에서 처음으로
휴일근무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관 베를린공장은 지난 92년말 독일 신탁청으로부터 WF사를
인수하면서 설립됐다.

인수당시 WF사는 생산성이 너무 낮아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삼성전관은 93년 3월부터 3개월간 제품생산을 중단하고 생산체제마련에
나섰다.

이회사가 처음 한일은 환경정비.브라운관 생산에는 청결도가 필수조건
이어서 가장 서둘렀던 일이다.

미국 할렘가를 연상케하던 공장에 페인트를 칠하고 화장실을 개조했다.
구멍투성이었던 공장바닥이나 벽을 4천만달러를 들여 말끔히 정비했다.

춘화가 그려져 있던 공장벽에는 외국의 명화가 걸리기 시작했다. 사원
자녀를 대상으로 사생대회를 열어 입상작을 전시하기도 했다.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나의 회사라는 주인의식을 심어주기위한
배려였다.

외형적인 변화뿐아니라 이곳 종업원들의 의식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했다.

구서독과 한국교수들을 초빙해 자본주의의 경제원리를 지속적으로
강의했다. 종업원들을 한국에 견학시키기도 했다. 이와함께 첨단장비를
들여오고 물류구조를 혁신했다.

부품도입에서 출하까지 공정연결길이를 인수당시의 5분의 1수준인
2km로 대폭 줄였다.

로봇도포장치등 첨단장비도입으로 공정간 이송시간도 평균 25초에서
15초로 단축시켰다. 내년에는 국내와 같은 수준인 평균 13.5초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같은 노력덕분에 이회사의 생산성은 급속히 높아졌다. 인수당시
종업원 1인당 생산성이 브라운관 10개이던 것이 지금은 20개로 1백%
증가했다.

생산량도 지난해 21인치이상 컬러 브라운관 연산 1백20만개에서 라인
증가없이 올해 1백60만개를 달성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2개라인으로 2백만개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있다.

삼성전관의 획기적인 생산성증대와 종업원들의 인식전환프로그램은
독일 수상실과 미국미시건대 경영학과교수팀이 직접 둘러보러 찾아왔을
정도로 이지역에서 유명한 경영혁신사례가 되고 있다.

윤종용삼성전관사장은 "베를린공장은 국내업체들이 저임금의 매력을
찾아 해외에 진출한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현지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이 16달러로 국내종업원의 2배수준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윤사장은 "동구권이라는 미개척시장을 선점하고 유럽시장에 본격 진출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이공장육성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 밝혔다.

삼성전관은 오는 97년까지 컬러TV브라운관 생산라인을 지금보다
1백% 많은 4개로 확대,생산능력을 연산 4백30만개씩 양산할 방침이다.

또 HD(고화질)TV용 브라운관및 LCD(액정표시소자)등도 양산하는 한편
인근에위치한 삼성코닝 브라운관공장과 영국의 삼성전자 컬러TV공장을
연결하는 수직계열화된 또하나의 복합전자단지를 구성한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