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투자와 저돌성을 앞세운 현대전자가 세계적 반도체업체로서 자리를
굳힌 삼성전자의 아성에 거세게 도전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세계최고수준의 비메모리반도체제조기술을 보유한 미국
AT&T-GIS사의 비메모리반도체부문을 3억달러에 전격 인수, 2백56메가D램
세계최초개발 2년연속 메모리반도체분야 세계매출 1위라는 화려한 명성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추격에 본격 나섰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경쟁은 국내 대표적 그룹의 계열사로서 자존심을
건 대결로 볼 수 있다.

김주용현대전자사장은 연초에 공식석상에서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반도체
업체가 현대전자의 목표"라고 밝혀 삼성전자를 추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삼성전자추격의지는 그동안의 사업성과에서 얻은 자신감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90년 1메가D램을 처음 자체생산, 반도체부분에 본격 뛰어든지 5년밖에
안되지만 16메가D램을 월평균 1백40만개씩 생산하고 있다.

주력상품인 4메가D램은 월산 8백만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16메가D램 월 1백60만개, 4메가D램 월1천만개를 생산하는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대전자는 또 올해 국내업체로서는 처음으로 64메가D램 공장건설에
착수했다.

투자규모도 올해만 1조원이다.

내년에는 약1조5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에 뒤지지 않는 생산규모를 갖추겠다는 뜻이다.

현대전자는 지난 9월말 삼성전자가 2백56메가D램 개발을 발표하자 "그정도
제품이면 우리도 올해만에 발표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분히 삼성전자를 의식한 말이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LCD(액정표시장치)부분의 당초 사업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재조정
작업에 들어간 것도 삼성전자를 의식, 생산규모와 투자확대를 방안을 마련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최고의 메모리반도체업체로서 현대전자는
라이벌이 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분야 매출 2년연속 세계 1위, 반도체 전체로는 세계
7위인 삼성전자가 지향하는 곳은세계 최고의 자리"라며 경쟁상대는 현대
전자가 아닌 미국과 일본의 선진업체라고 말하고 있다.

현대전자의 기술진 대부분이 삼성전자에서 옮겨간 사람들이라는 것도
"현대전자보다 한 수위"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요인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겉으로는 이처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내심으로는
현대전자를 바짝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룹최고관계자는 최근 "반도체분야에 관한한 현대전자와 무조건 1년간의
격차를 유지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것은 현대전자의 저돌성이다.

현대전자의 이번 AT&T-GIS사 비메모리반도체부문인수도 이회사 특유의
밀어붙이기식 전략이 성공한 사례로 보고 있다.

AT&T-GIS는 당초 현대전자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미국및 일본업체들과
개별적으로 접촉, 매각상담을 벌였다.

삼성전자는 이회사를 인수할 경우 취약점인 비메모리반도체분야기술을
확보할 수 있어 매입을 적극 검토했으나 인수금액등을 저울질하다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전자는 최첨단기술확보라는 이유 한가지로 3억달러를 기꺼이
투자, 이회사를 전격 매입했다.

이회사의 저돌성이 그대로 들어난 사례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이같은 경쟁은 국내반도체산업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제살깎아먹기식 출혈을 바탕으로한 단순한 판매확대전이었던 기존의 기업간
경쟁과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두기업간 경쟁은 누가 세계시장을 먼저 점령하느냐가 핵심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개발경쟁 내지 기술확보전도 자연히 치열해질
수 밖에 없어 국내반도체산업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요해지고 있다.

반도체분야에 관한한 독보적 위치를 고수하려는 삼성전자와 세계초일류
반도체기업으로 성장키위해서는 삼성전자를 넘어서야만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현대전자의 향후 격돌이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