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사고로 그동안 나라안은 온통 다리문제에 매달려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다리이야기 그만 하자는 사람들도 많다.

할일 많은 우리가 다리문제에만 매달릴수 없다는 것이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도 시간이 흐르면 잊혀진다.

기억하기 싫은 일은 빨리 잊어버리는게 좋을 때도 많다.

그러나 다리붕괴사고는 쉽게 잊혀져야 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시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을 덜어내기 위해 철저한 진단과
대책이 펼쳐져야 한다.

서울시는 건설한지 20년이 넘은 한남 양화 마포 영동대교등 4개한강다리에
대한 정밀진단을 외국 기술자에게 의뢰키로 했다.

이들 4개 다리는 작년 12월 토목학회의 정밀진단에서도 상판의 전면교체가
시급하다는 결론이 났었다.

현 시점에서 외국기술자의 정밀진단으로 진단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보장
받아야 할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정밀진단을 하지 않더라도 이상유무를 확인할수 있는 것조차
소홀히 하는 것은 없는가.

외국기술자의 진단결과에만 기대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또한 건설된지 20년이상의 다리만 문제되는게 아니다.

다리공사 자체가 부실했다면, 그후 유지보수관리가 소홀히 했다면 20년이
채 안된 다리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다.

성수 대교붕괴가 이점을 분명히 증명한 것이다.

다리의 안전과 이상유무의 진단, 그리고 이의 대책이 중요하다는 것은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과적 화물차량의 운행이나 서울진입의 통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다른 한편으로 화물수송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올림픽대교와 양화대교에 대해 13t초과 대형차량의 통행이
전면 금지됨으로써 수도권일대의 수출입화물수송에 비상이 걸리고 물류비용
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로 성산대교는 32t초과차량의 통행이 금지돼 수출입화물은
주로 올림픽대교를 이용했는데 올림픽대교마저 통행이 금지된 것이다.

빈 컨테이너차량의 무게가 15t에 달하고 있고 레미콘의 경우 통상 중량이
40t을 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할때 사태의 심각성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내년에는 지하철 2호선이 지나는 당산철교의 보수작업으로 이 구간의
전동차운행이 통제될 예정으로 있다.

그러나 교통혼란이 일어나고 물류비용이 증가한다고 해서 다리의 붕괴위험
을 외면할수는 없다.

당장의 불편이나 비용증가를 참지 못한다면, 그래서 위험을 감수한다면
이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바로 이점에서 시민과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불편하더라도 참고 견뎌야 한다.

상황이 달라졌다는걸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안전에 만전을 다해도 앞으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있다.

그런 사고에 대비하고 사고가 나더라도 한탄하거나 좌절할 이유는 없다.

어쩌면 고도성장기간에 우리가 만들어 놓은 업보인걸 어쩔 것인가.

중요한 것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잘못은 이제 끝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