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대북 행보가 빨라졌다.

7일 김영삼대통령이 "기업인방북"허용을 공식화하자 그동안 남북경협의
물꼬를 트기위해 북한측과 다각적인 접촉을 벌여왔던 재계는 <>기업인의
방북 및 <>북한내 사무소 설치 <>임가공사업 확대등의 대북 경협 사업을
서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정부가 남북경협을 유보시킨 틈을 타 미국과 독일 네델란드
등이 북한진출을 구체화함에따라 이들 국가에 앞서 대북주도권을 잡기위해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각종 투자사업에 적극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89년1월 정주영명예회장이 방북 당시에 합의한 대북투자
사업들 중 우선 금강산관광지구공동개발(금강산 및 원산의 명사십리,통천의
총석정 등)과 요동지역 경제개발사업에 북한과 공동참여,원산의 수리 조선소
건설,철도차량 합작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이와함께 대형 투자사업에 앞서 평양에 지사를 설치,아연괴
감자 명란등의 광물과 농수산물등의 교역에 주력한뒤 투자환경을 봐가면서
사업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또 현대건설이 북한 경수로 건설에 주간사로 참여한다는
계획 아래 국내외 업체들과의 컨소심엄구성등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다른 기업에 앞서 북한과 연계된 사업(교역및 임가공 투자)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는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북한 고위층의 정책적
지원을 유도할 대책을 마련중이다.

삼성그룹은 특히 단기적인 사업성보다는 "민족공동번영"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북교류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상황변동"등 최악의 사태에
대비, 제3국기업과 공동진출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럭키금성그룹은 회사의 대북방향과 북한측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사업을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이를위해 중소기업들과의 연계,
동반진출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럭키금성그룹은 단기적으로 <>의류임가공 품목을 확대하고 <>전기전자
분야의 임가공 품목개발 <>북한의 철강 금 전기아연제련사업장을 개보수
<>생활용품(비누 PVC장판)카세트 전화기 TV 의약품등의 시범사업 등을 벌려
나가기로 했다.

럭키금성그룹은 장기적으로는 <>원유정제및 석유화학분야의 투자 <>유전
탐사및 금광 아연광 철광석등 광산개발 <>관광자원개발 <>통신 가전제품
생산(교환기 및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사업등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우그룹은 국내 기업중 유일하게 남북경협시범사업인 남포공단사업을
마무리,의류공장 3개를 완공하고 이에 필요한 기술자를 이달중에 파견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대우그룹은 경공업 투자계획의 진행상황을 봐가면서 전자 자동차 등의
중공업분야로 투자분야를 늘여나갈 계획이다.

쌍용그룹은 이번주중 통일원에 대북담담 임원의 방북허가를 신청,허가가
나는대로 평양지사설치등에 나서기로 하고 (주)쌍용의 조직을 개편,기획실
내에 대북업무를 전담할 "신사업팀"을 신설해 대북신규 투자를 맡기기로
했다.

효성그룹은 북한의 북경주재 고려민족발전산업협의회를 통해 그룹고위
관계자의 방북을 추진중이다.

효성그룹은 특히 나일론 폴리에스터직물 봉제의류 폴리에스터병 콘테이너
등의 대북투자와 북한내 상설지점설치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우선은 대북지출을 위해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역에 설치한
단동지사를 적극 활용하고 장기적으로 맥주및 음료사업부문의 투자를 검토
키로했다.

선경그룹은 북한산 광산물및 농산물의 반입을 크게 늘리고 정유 석유화학
플랜트사업 진출과 경수로건설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한화그룹은 지난
6월 김승연 회장과 북한 임태덕 대외경제협력촉진위원회서기장과 논의된
"비닐합작생산"을 실현하기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이밖에 동양그룹은 북한이 본격적인 개발사업을 벌여나갈때 필연적으로
시멘트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 북한에서 시멘트사업을 한다는 방침
이다.

한편 대한상의 전경련등 경제단체들은 환영의 입장과 함께 앞으로 남북
경협 확대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남북경제교류가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투자보장 협정 체결 등
선결돼야 하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다 국내 기업의 경쟁적인 대북진출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김영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