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자동차 부품전시회에서의 일이다.

여기에는 미국 부품업체 51개사가 참여해 6백60만달러의 수출계약과 함께
74건의 판매대리점 계약을 성시시켰다.

또 3건의 합작투자와 앞으로의 거래를 위한 1천39건의 무역상담도
이루어졌다.

중소업체들로서는 큰 성과였다.

특히 이들 중에는 처음으로 멕시코시장을 노크한 업체가 37개사나 돼 그
기쁨은 더욱 컸다.

무엇보다도 해외진출에 자신을 얻은게 더 큰 성과였다고 즐거워했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사실은 처음으로 참가한 업체들 대부분이 상무부등
관계기관의 권유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는 곧 정부기관들이 이처럼 작은 업체들까지 신경을 쓸 정도로 자세가
바뀌어 있다는 반증이었다.

클린턴행정부는 산업의 경쟁력을 단시일내에 키우기 위한 처방으로 수출을
택하고 있다.

이 정책이 침체된 산업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수출 제일주의를 내세운 미국은 그동안 기구를 신설하고 금융지원을 크게
늘려 왔다.

또 정부부처의 기능도 수울에 맞게 확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연방정부내에 만들어진 무역조정위원회(위원장 상무부장관)가
돋보인다.

이 위원회에는 정부관련 부처와 기관이 참여한다.

범정부적인 차원의 해외시장개척을 지원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상무부는 해외 주요 프로젝트 1백60개의 추진상황을 점검하는
"상황실"까지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정도이다.

상무성산하의 국제무역원(ITA) 역시 해외시장개척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기관이다.

국제무역에서 작성한 관.민합동계획서는 유망잠재시장 개척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민간업계를 조직적으로 지원할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따라서 창의적인 시장개척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라도 자금과 마케팅활동
을 지원받을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수출정책 또한 그 양상이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매우 공격적이면서 저인망식 전략을 짜 놓았다.

유망한 잠재시장을 목표로 정하고 이미 그물몰이에 들어갔다.

한국을 비롯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아르헨티나 멕시코 폴란드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등이 그 대상이다.

오는 2010년까지 유럽 일본등 기존시장에 대한 수출액보다 이들 지역에 더
많은 수출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욕적인 계획아래,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다.

우선 1차로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등 큰 시장에 무역센터를 설치키로
했다.

이 센터는 자국기업을 위해 각종 시장정보를 제공하는 외에 상담과 자금
지원 업무도 담당하게 된다.

수출증대의 절대적 요소인 은행의 자금지원규모및 범위 역시 대폭 확대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6월부터 시장성이 좋은 폴란드 페루등 41개국에
수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새롭게 수출금융을 지원해 주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또 프로젝트별 자금지원업무도 시작했다.

이는 미기업들이 외국의 도로 항만 통신 발전설비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쉽게 참여할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함께 중남미 아시아등지로 해외 지점망을 대폭 늘려가고 있기도 하다.

이제는 국내뿐이 아니고 해외의 모든 기관들도 총동원 되고 있다.

대사관은 물론이고 중앙정보국 해외분실도 기업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중남미 유럽 아시아등지의 대사관들 모두는 민간기업의 첨병노릇을 하고
있다.

과거 정치적인 문제에서 경제로 업무의 무게중심이 바뀐 것이다.

과거에는 비공식적이었으나, 이제는 공개적이고 조직적이기 까지 하다.

골드 키 서비스(GOLD KEY SERVICE)라고 이름 붙여진 대사과늬 수출지원
활동은 다양하다.

현지의 유통업자, 판매대리점과의 접촉을 직접 주선해 주는 일 외에 통역
서비스와 비서관련 업무까지도 알선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외 정부기관과 은행등의 입체적인 지원은 결국 민간기업의
사기를 높였고, 이는 바로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 출범후, 정부및 대사관의 적극적인 개입과 후원으로 무려
2백50억달러에 이르는 80개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미국기업이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또 브라운 상무장관이 중국에서
직접 담판을 벌여 성사시킨 수출계약도 포함돼 있다.

이제 미국은 제2의 수출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중장기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00년의
수출은 지금의 2배인 1조2천억 달러로 잡혀 있다.

전세계 수출의 30%를 찾하겠다는 야심인 것이다.

수출 제일주의로 나선 미국의 돌진에 모든 나라들이 긴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 뉴욕=박영배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