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순(30)과 베시 킹(38.미국)을 비교하면 한국의 한 무명남자프로
골퍼를 톰 왓슨(미국)에 비교하는 것과 같다.

베시 킹은 지난해 미LPGA투어 상금왕이자 여자대회메이저 5승을 포함,
통산 29승의 선수.

생애총상금액도 470만달러를 상회하고 금년에도 상금랭킹 10위권을
마크하고 있다.

한마디로 베시 킹은 미국의 전설적여자프로인 미키 라이트를 비롯 낸시
로페즈, 조안 카너, 팻 브래들리등 세계여자골프계의 역대및 현존선수를
통털어 다섯손가락안에 꼽을수 있는 세계톱수준의 여자프로이다.

그런 베시킹을 고우순이 연장전끝에 물리친 "사건"은 한국여자프로골프사상
최대의 쾌거로 지목할만 하다.

<>.금년 미LPGA투어의 마지막대회로 일본 지바현의 오크힐스CC(파71)에서
벌어진 94토레이 재팬 퀸스컵골프대회(4-6일)에서 고우순은 연장전에서
베시킹을 제치며 우승했다.

고는 3라운드합계 7언더파 206타로 베시킹과 동률선두를 기록한후 연장
첫홀(18번홀.파4.380야드)에서 파를 잡아 3퍼트(15m거리)보기를 범한
베시킹을 물리쳤다.

2라운드까지 베시 킹에 2타 뒤졌던 고우순의 최종라운드와 연장경기는
"밑져야 본전"이었다.

베시 킹이라는 거물과 맞붙어 싸우면 져도 손해 볼것이 결코 없는 대결.

반면 베시 킹으로서는 "꼭 이겨야 본전"인 부담이 있었고 그 부담이 결국
연장 첫홀티샷의 페어웨이 벙커행과 3퍼트로 연결됐다.

이번대회우승을 하면 통산 30승으로 미여자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수
있다는 사실도 베시 킹의 발목을 잡았다.

<>.고우순은 이번 우승으로 미LPGA투어에서도 활약할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미투어 1승과 우승상금 10만5,000달러(약 8,000만원.총상금은 70만달러)는
미여자투어상금랭킹 60위권 이내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면 미국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우승은 또 88년 구옥희의 터콰이즈대회우승이후 한국선수로는 두번째
미투어 우승으로 고우순은 일본프로데뷔 첫해에 일본(4월기분여자클래식)과
미국대회를 동시에 제패하는 보기드문 성취를 이뤘다.

다음은 고의 우승 코멘트.

"베시 킹이나 낸시 로페즈(이번대회 3위)같은 대선수들을 이겼다는 것이
내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 정말 운이 좋은것 같다"

<>.고우순이 국산볼을 사용, 이번 우승을 때낸것도 의미가 짙다.

팬텀계약선수인 고는 팬텀이 최근 새로 개발한 스리피스발라타볼인
"위너"를 사용하고 있다.

스리피스발라타볼은 미타이틀리스트등 세계적으로 2-3개업체에서만
생산하고 있는 고기술제품으로 팬텀도 3년여에 걸친 연구끝에 만들어낸
제품.

그 신제품을 고가 사용, 미투어 우승을 차지한 것은 한국골프볼의 우수성을
객관적, 공식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이번 우승에 크게 고무받은 팬텀은 고에게 약 4,2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국산볼을 사용, 미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물론 이번이 처음이다.

어떻든 고우순은 시즌 막바지를 가장 멋지고 화려하게 장식, 94한국골프를
기가막히게 빛내며 94년도의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됐다.

(김흥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