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에너지인 전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여름철 피크때마다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고 발전소와 원자력
폐기물 처리장건설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들이 당면
과제가 디고 있다.

또 북-미간 핵협상타결로 합의된 경수로지원도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방전인 43년 조선전업에 입사한 이래 50여년동안을 전력분야에서 외길
인생을 걸어온 신기조 한전전우회 회장(72)을 만났다.

신회장은 발전소장 등을 거쳐 한전부사장 한국원자력기술수석부사장 한국
전력기술사장 등을 역임했고 지난해 12월부터 한전출신 임직원의 친목단체
인 한전전우회장을 맡고 있다.

-전기공학기술자로 전력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신회장께서는 경수로
지원에 대한 관심이 남다를것 같은데요.

<> 신회장 =북한에 경수로건설을 지원키로 합의했다니까 잘돼야지요.
경수로지원이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고 협력관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국민모두가 똑같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한편으로 그동안 북한측이 합의또는 약속을 깨고 이행하지 않은
전례가 많아 북한의 속셈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핵을 담보로 경수로를 지원받아 부족한 전력공급을 늘리자는 의도라면
좋겠는데요.

-경수로지원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 신회장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지금 거론되는 우리나라의 부담비율
과 컨소시엄구성이 매듭지어져야 하고 유상조건에 북한이 무엇으로
내놓을지도 관심거리입니다.

발전소 건설을 지원하고 전력을 공급받을수 있게 될지도 아직은 미지수인
상태 아닙니까.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부담을 하게되는만큼 경수로지원을 주도하고 인력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문제가 관심사가 아닐수 없습니다.

<> 신회장 =폐쇄적인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경수로건설의
입지선정과 관련해 한국의 관계자들이 북한에 들어가 조사작업을 해야 하고
나중에는 많은 인력이 북한에 상주해야 될텐데 이에 수반되는 신분보장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원만하게 해결돼야지요.

-경수로의 입지가 어디가 될지도 관심거리인데요.

<> 신회장 =인력이동도 쉽고 우리가 전력을 사용하기에 편리한점등을
생각하면 비무장지대와 멀지 않은 곳이어야 할것 같습니다.

-경수로건설과 관련해 우리 인력이 북한에 투입되고 유상으로 전력을
공급받기로 원만히 해결될 단계라면 남북간 전력교류도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 신회장 =남북간 경협차원에서 합의만 이뤄지면 송전선로의 연결등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경수로지원이 잘돼나간다면 남북관계도 달라져야 하는것 아닙니까.
기본적으로 남북간에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수로를 지원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겠지요.

-한국형 경수로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우리의 원자력발전기술은 어떤
수준입니까.

<> 신회장 =그동안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 가동하면서 기술이 축적돼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봅니다.

운전기술은 이미 수준에 올라와 있고 영광3,4호기의 가동이 한국 원자력
기술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것입니다.

시운전에 들어간 영광3호기가 앞으로 안정된 가동을 하게 되면 이를 모델로
설계한 한국형경수로인 울진3,4호기의 기술을 보장받는 셈이어서 우리가
한국형 경수로건설을 주도할수 있음을 보여주게 될것입니다.

-우리의 전력수급사정도 어려운 실정이어서 여름철 피크때는 전력비상이
걸리고 있는데요.

<> 신회장 =전력소비가 큰 에어컨등 냉방기기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여름철이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피크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력공급능력의 확대가 계속 이뤄져야 합니까.

<> 신회장 =앞으로 수요증가에 맞추어 계속 발전소 건설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선진국의 경우 전력공급능력이 1인당 1kW 정도이나 우리는 인구가 4천만명
이 넘는데 설비는 2천8백만kW입니다.

전력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을 예상할수 있습니다.

-적정규모의 발전설비확충이 필요하겠는데요.

<> 신회장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여름철 피크때도 전력
공급에 여유를 가질정도로 발전소를 많이 건설하면 좋겠으나 막대한 투자비
와 입지등 여러가지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투자비를 조달하려면 결국 국민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것을 생각안할수
없는일 아닙니까.

투자재원조달을 위해 전기료를 인상하면 제조업체의 원가상승을 가져오고
가계에 주름살을 주겠지요.

-전력수급안정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입니까.

<> 신회장 =지속적인 전력공급능력확대를 추진하면서 한편으로 부하관리가
이뤄져야 하고 여기에는 범국민적인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특히 전력수요가 피크로 올라가는 때에 모두가 소비절약에 협조하는 것은
막대한 투자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전기를 아껴쓰는 것외에 고효율의 전기기기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요.

-입지확보가 전력사업의 난제로 등장했는데요.

<> 신회장 =발전소 건설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고 송전선로 연결도
쉽지 않습니다.

모두가 전력공급이 중단되면 난리법석을 떨면서도 자기 동네근처에 발전소
나 철탑이 세워지는 것은 반대하고 있으니까요.

-원자력폐기물처리장을 건설할 부지확보도 시급한 과제 아닙니까.

<> 신회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요. 이러다가 원자력폐기물처리가 벽에
부딪쳐 원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심각한 사태까지 초래되면 큰일이지요.

하루빨리 입지를 선정해 착공에 들어가야 할텐데요.

-이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 신회장 =사회지도층이 앞장서야 합니다. 프랑스 영국과, 가까운 일본의
원전및 원자력폐기물처리 실태를 직접 시찰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안심해도
된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앞장서서 설득하는 일에는 주저합니다.

정치권의 지도층인사부터 선진국의 운영실태를 직접 살피고 걱정안해도
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국민설득에 나서야지요.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봅니까.

<> 신회장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요. 입지로 선정된
지역의 발전을 위한 지원규모도 확대하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해
공동대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애국심에 호소할만큼 중차대한 일입니다. 그러나 관주도 일변도로 이문제를
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민간이 나서는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사업을 전개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여건인것 같습니다.

<> 신회장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어려운 사정에 놓여 있습니다. 이제는
전기사업의 주체인 한전 혼자서 해결할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전기사업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지요. 언론도
전기사업의 잘못된 점은 지적하되 국가적인 사업이 잘 추진될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전기사업의 국민적인 지지를 얻기 위한 한전의 노력도 필요한것 같은데요.

<> 신회장 =한전도 거듭나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지요. 수용가들이
고맙다는 인식을 가질수 있을 정도로 서비스를 강화하고 친절한 자세를
생활화해야 합니다.

종전에 비하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고객위주의 서비스체제를 강화해야
할 여지가 아직도 많습니다.

-앞으로 원전이 전기사업의 중심이 되겠지요.

<> 신회장 =환경문제, 연료의 안정확보, 효율성등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
하면 원전 중심으로 갈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입지사정도 어려운만큼 원전설비의 대형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외국에는 원전의 설비규모가 1백30만~1백40만kW로 단위가 커지고 있습니다.

-선배기술인으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텐데요.

<> 신회장 =우리 기술자들은 보수성이 강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변신이 더딘 모습도 볼수있지요.

과감하게 신기술을 도입해 소화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기사업도 공사가 많지요.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입찰제도개선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 신회장 =최저가 낙찰에 의한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발주처에서 설계
도면을 입찰희망업체에 판다음 입찰신청때 원청및 하청업체가 모두 결정된
상태에서 공사금액을 토대로 응찰가를 내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대담 = 심상민 유통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