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방위산업의 미래를 놓고 게임이론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게임이론은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이끌어낸 이론으로 어떤 행동의 결과가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에 의해서도 결정될때 자신에게 최대이익이
되도록 행동하는 것을 분석하는 수리적 접근법이다.

현재 영국 방산업계에서 전개되고있는 게임이론의 두 주역은 민영화를
눈앞에 둔 잠수함산업체 VSEL을 둘러싸고 맞붙은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와
GEC.GEC는 소규모 잠수함 건조시설을 갖추고 있는 전자및 방산업체이고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제조회사다.

VSEL은 영국 최대 잠수함 제조업체로 영국 방위산업의 노른자위.

이 회사를 소유하는 기업이 곧 영국 방위산업을 좌우하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는 96년 40억달러짜리 원자력 잠수함 수주전을 앞둔 만큼 VSEL은
결코 놓칠수 없는 복주머니인 셈이다.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가 2주전 주당 13파운드의 입찰가를 제시하며
출사표를 던지자 GEC도 즉각 VSEL인수전에 뛰어 들었다.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가 VSEL을 인수하는 경우 방산업체로서의 GEC의
미래는 큰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GEC는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보다 자본력이 우위에 있는 점을 이용, 주당
14파운드를 제시하고 VSEL주식의 14%를 사버렸다.

그러자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는 GEC의 자격에 시비를 걸었다.

이미 잠수함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또 잠수함 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시장독점우려가 있고 "페어 플레이"정신에도 어긋난다는 것.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의 자격시비 전략이 적중, VSEL인수문제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넘어가 있다.

이제 승패의 관건은 어느쪽이 상대방의 행동을 더 잘 예측해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이끌어 나가느냐에 달려 있게 됐다.

게임이론을 보다 잘 소화해내는 기업이 영국 방산업계의 주역으로 부상할
것이다.

< 염정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