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증시에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급격히 높아가고 있다. 상장된
외국기업들이 잇달아 떠나가면서 큰 충격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동경증시는 세계3대시장이 아니라 단순한 지역시장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자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외국기업들의 동경증시철수는 최근 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91년중 한때 1백27개사에 달해 피크를 나타냈던 동증외국부상장기업
은 현재97개로 20개사가 줄었다.

올들어 이스트만 코닥 굿이어등 13개사가 동경증시를 등진 것을 비롯
지난해엔 10개사 92년 6개사 91년 3개사가 각각 철수했다.

반면 외국기업들의 신규상장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지난87년 36개사가 신규상장돼 최고수준을 기록한 이후 88년엔 26개사
89년엔 10개사 90년엔 7개사 91년엔 3개사로 퇴보일색이다.

92년이후의 신규상장은 단1개사에 불과하다.

외국기업들이 일본증시를 떠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경증시의 침체 자사주식의 매매감소및 주주수감소 회사의 리스트럭처링
실시 고액의 상장유지비용등이 그이유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상장유지비용에 있다.

지난3월에 상장폐지를 신청한 미이스트만 코닥은 "상장기업으로서 얻는
편의에 비해 상장유지코스트(93년실적 1천3백만엔)가 너무 많이 들었다"
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미 철수를 고려하고 있던 코닥은 비용이 적게 먹은 케이스.
일반적인 기업들은 연간 2천만엔이상의 상장유지코스트를 지불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큰 부분은 유가증권보고서등의 작성비용이다.

일본대장성은 기업내용등의 개시에 관한 성령 을 통해 일본의 투자가들
에 대한 정보제공을 전부 일본어로 번역해 서비스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비용은 전체유지코스트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동경시장에서의 자사주식거래가 크게 줄어들고 일본인주주수마저 감소
일로에 있는 점도 이들의 철수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들어 동증외국부의 총거래액은 하루평균 3억엔에 불과하다.

지난89년의 경우는 하루1백12억엔에 달했으나 90년 82억엔 91년 21억
엔으로 감소한데 이어 92년부턴 10억엔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주수측면에서는 지난해말현재 1개기업당 평균1천2백78명에 불과하다.

89년 2천명선을 하향돌파한데 이어 감소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2천6백
47명을 나타냈던 85년말에 비해서는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상장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외국기업들의 판단인 셈이다.

지난73년 다우케미컬등 6개종목을 상장시킨 것을 필두로 발전을 거듭
해왔던 동증외국부는 이제 내리막걸음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증권회사들도 일본시장철수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 지점을 갖고 있는 외국증권사는 모두 48개사.90년의 52개에
비해 4개가 줄었다.

주재원사무소를 갖고 있는 곳도 91개사로 한창때인 1백30개사의 4분의
3정도에 그치고 있다. 동경증권거래소가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한
이치다.

철수에 제동을 거는 한편 유망기업이 상장하기 쉬운 환경을 정비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외국기업주식상장에 관한 각종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투자정보도 전문을 일본어로 제공토록 의무화되어 있는 것을 부분적인
일본어번역도 허용해 나갈 방침이다.

동경증권거래소의 때늦은 노력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활력회복이 결코 쉽지 않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번 잃은 인기를 회복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고 또 상장
유지비용이 다소 줄어든다 하더라도 외국기업들이 중시하는 주주1인당
상장비용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쿄=이봉후 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