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은 아직까지는 단순한 경제협의체에 불과하다.

자본과 상품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이나 기술이전과 같이 구체적으로
회원국들간의 경제협력을 이끌어낼만한 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다.

그러나 APEC은 회원국을 늘리고 경제협력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궁극적
으로는 EU나 NAFTA같은 경제공동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원국을 늘리는 것은 APEC의 확대이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APEC의
심화이다.

확대와 심화, 이 두 목표를 향해 APEC은 짜여진 일정속에서 차근차근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제발전정도가 매우 다른 개도권과 선진권간의 모임인 탓에 APEC이
확대되고 심화되려면 내부진통과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이때문에 EU나 NAFTA등에 비해 무역자유화나 단일시장으로까지 협력이
심화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25년쯤후인 2020년, 좀 더 늦어지면
2030년께쯤에는 경제공동체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될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먼저 APEC의 확대면에서는 11월회의에서 칠레가 18번째 회원국으로 가입,
초창기의 12개국에 비해 회원국수는 크게 늘어난다.

APEC은 아.태지역안에 있는 모든 국가들에 대해 문호를 개방하고 있어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회원국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시기적으로 가장 빨리 신규회원국이 될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로는 남미
지역의 일부 나라들이다.

이중 이번 회의에서 정식 회원국이 되는 칠레외에도 아르헨티나 파나마
볼리비아등이 유력하다.

아시아쪽에서는 북한의 가입이 금세기안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밖에
베트남 버마 등의 가입도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도 유력한 가입후보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회원국들이 너무 급속하게 회원국수가 늘어나면 질적인
면에서 APEC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2~3년간은 신규회원국가입이 없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APEC이 명실상부한 지역경제협력체가 될 2020년께에는 회원국수가 현재의
17개에서 25개국안팎으로 늘어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양적인 팽창(확대)보다 더 의미있는 질적인 팽창(심화)은 점진적
으로 꾸준히 이루어질 것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회원국수도 많은데다 구성원의 경제력에도 큰 차이가 있어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자리잡기에는 여러가지 해결해야할 문제점들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회원국마다 시장개방정도 기술수준 국민소득 산업구조가 천차만별이어서
이런 것들이 어느정도 수렴되기전까지는 자유무역이나 투자자유화로 협력이
깊어지기가 어려울 것 같다.

최근 무역자유화시기를 놓고 아세안등 개도국들은 2020년이후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 일본등 선진국은 그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서도 협의체
수준인 APEC이 NAFTA같은 자유무역지대나 EU같은 경제공동체로 되려면 많은
진통과 어려움이 있을것임을 예고해 준다.

그러나 현재 APEC의 각 작업반에서 추진하고 있는 분야별 협력은 비교적
건실하게 진행되고 있어 APEC의 장래를 밝게해 주고 있다.

인적자원개발 통신 에너지같은 분야에서는 매우 성공적으로 협력이 강화
되고 있다.

인적자원개발은 아세안국가들의 주요 관심사이고 통신과 에너지는 미국과
일본등 선진국의 주도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이 중점을 두고 있는 역내무역자유화는 개도국의 소극적인
자세로 진행이 더딜 것으로 보인다.

또 개도국들이 강력히 원하고 있는 기술이 전부문에서의 협력은 선진국의
태도가 미온적이어서 역시 빠른 진전을 보기는 어려울것 같다.

역내투자자유화에서는 각국의 의견차가 크지 않아 조만간 투자자유화규정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점들을 고려할때 21세기에는 유럽의 EU를 견제하는 경제협력체로
부상, APEC은 자유무역을 골간으로 한 경제공동체로 자리잡게 될것이다.

그렇지만 경제블록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회원국모두 개방적 지역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합의(concensus)방식에 의한
의사결정과정으로 볼때 아세안이나 일본의 반대로 EU같은 경제통합체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