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여의도 중소기협회관 10층회의실에서 1백50여명의 협동조합
이사장과 상공부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소기업관계법개정을 위한
간담회에서 유독 큰소리로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은 존속돼야 한다고 주장
하는 이사장이 있었다.

이국노 프라스틱조합이사장이 바로 그였다.

이이사장은 중소기업이 단체수의계약을 통해 충분한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매촉진법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상공부측은 당초에는 난색을 나타냈다.

이 문제로 인해 간담회가 계속 미궁에 빠져들자 관계법에 밝은 조합이사장
5명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 이를 해결키로 하고 간담회는 3시간만에
끝났다.

특별위원회는 홍광기계연합회회장 박완교전등기구조합이사장 이병서페인트
조합이사장 김양묵완구조합이사장 이국노프라스틱조합이사장등 5명으로
구성됐다.

이어 열린 위원회에서 계속 끌어오던 난제가 이국노이사장의 독특한 발상
덕분에 순식간에 풀려 나갔다.

중소기업진흥법과 구매촉진법을 통합하되 법률의 명칭을 진흥법및 구매
촉진법으로 구매촉진법의 이름을 그대로 살리자는 의견이었다.

이 의견에 대해 상공부측은 즉각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 5개월간 중소기업관계법개정을 놓고 거듭해온 업계와 정부의
줄다리기가 단숨에 풀렸다.

이이사장이 이처럼 구매촉진법을 끝까지 지켜내기로 한 것은 프라스틱협동
조합과 각급조합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발로였다.

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은회원업체 6백92개사에 공동사업규모가 1천2백억원
규모로 전국조합으로서는 회원규모에서 최고수준이다.

이 조합은 지난 몇년전까지 회원이 많은 탓인지 바람잘날이 없었다.

파이프생산업체는 파이프대로 필름업체는 필름대로 독립을 하겠다는 얘기
까지 나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91년말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나간 돈 가운데
부실채권이 60억원에 달했다.

이 불건전채권을 회수하지 않고서는 협동조합의 운영이 건전하게 이뤄질
수가 결코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이사장은 이런 형편의 조합을 살려내기 위해 지난 92년 2월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자마자 동키호테적인 추진력으로 동분서주했다.

그의 운전기사는 "이이사장은 조합원들을 만나기 위해 하루 9백km 이상을
달린 경우가 허다하다"고 밝힌다.

부실채권회수및 새 사업확장을 위한 그의 땀나는 노력은 뒤에서 그를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회원들의 덕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이사순대종산업사장과 임오순일신화학회장은 국내 플라스틱업계의 원로로
그가 하는 사업이라면 항상 밀어주고 후배기업인들에게 설득해 주고 있다.

협동조합이사를 맡고 있는 오원석동성화학사장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내놓는다.

협동조합의 감사를 맡고있는 신진문태광수지회장과 조합이사인 최정건설화성
사장은 이이사장과 친해 스스럼없이 협동조합업무에 대해 논의한다.

회원의 호응 덕분에 이이사장이 이사장을 역임한 1년반만에 이뤄낸 일은
수없이 많다.

무역사업을 본격 추진, 3백20만달러어치의 수출입실적을 올렸다.

프라스틱시험연구원을 설립했고 공동상표인 PL마크를 도입했다.

홍콩회사인 케니플라스틱을 통해 중소기업남북교류를 추진중이기도 하다.

신진문사장은 "이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사업은 부실채권회수"고 못박는다.

지난해 고질채권중 25억원을 회수했고 올해도 이미 13억원을 회수했다.

기업으로부터 고질채권을 회수할 수 있었던 것도 프라스틱조합의 임원진들
의 적극적인 참여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업계는 판단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