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승용차사업 신규진출을 위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삼성그룹은 그룹사업구조조정이 승용차사업 신규진출의 마지막 정지작업
으로 "삼성은 업종전문화에 노력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기 위한 것이라고 그동안 누차 강조해 왔다.

지난4월말 닛산자동차와의 기술도입계약후 6개월간 잠행을 거듭해온
승용차사업 신규진출문제를 재부상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누차 강조해온
업종전문화노력을 공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그룹의 전력을 전자.전기, 기계, 화학.소재등 3대
중핵사업군에 집중하고 무역.건설.금융, 정보.서비스등 2개 사업군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이다.

5개사업군 가운데서도 본궤도에 올라서 있는 전자부문보다는 승용차를
포함하는 기계부문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공업과 항공의 합병은 승용차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삼성항공을 중형항공기 주사업자로 선정하고 승용차사업
보다는 항공사업에 주력할 것을 요청해 오자 미쓰비시중공업의 사례를 들어
경쟁력있는 종합중공업업체로서 중형항공기는 물론 승용차사업도 총망라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중공업은 기계 선박 항공기 자동차등 모든 기계관련사업을 영위해
온 세계최대규모의 중공업체로 각분야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자동차사업은 지난70년에야 분리, 별도법인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도 이같은 방법으로 모든 기계분야를 영위, 빠른 시간내에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며 자동차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서면 분리독립시킨다는 구상이다.

삼성그룹은 이미 승용차사업 진출을 위해 1백20여개사의 1차부품업체를
확보해 놓았으며 기존 자동차업체에서의 스카우트와 계열사의 전보발령등을
통해 3백여명의 전문인력을 끌어모은 상태이다.

이와함께 삼성전기등이 자동차 전기장치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같은 움직임은 자동차사업과 같은 신규사업없이는 2000년대
10대 그룹에서도 밀려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되면서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삼성그룹이 이번 구조개편에서 노리고 있는 또다른 하나는 사업의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효과의 극대화이다.

중공업 항공의 합병도 지금과 같은 특정기술과 단품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운만큼 다양한 기술의 복합화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복합사업을 겨냥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룹측은 밝히고 있다.

더욱이 항공은 앞으로도 약 10년정도는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합병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산과 건설의 합병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최대 건설업체인 벡텔사를 모델로 했다는 양사간 합병은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자금조달을 원활히 해 해외건설시장의 입찰에서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물산의 유통사업등을 지원하기 위한 것도 합병의 이유가 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주)대우가 이같은 형태이어서 별다른 무리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이다.

올해 인수한 삼성정밀화학(한국비료)을 종합화학에 합병키로 한 것도
화학.소재사업군의 시너지효과를 노리기 위한 것이다.

제일합섬의 분리는 단순한 재산분배차원으로 그동안 새한미디어에 분리해
주려던 삼성석유화학의 대타인 셈이다.

삼성석유화학은 합작선인 미국 아모코사의 반발로 분리가 무산됐으나
합섬은 간신히 합작선 일본 도레이사의 양보를 얻어내 이번 사업구조조정
내용에 포함됐다.

그러나 삼성의 이번 사업구조조정에서 업종전문화의 노력을 읽기는 어렵다
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일부에서는 사업구조조정이 단지 회사수 줄이기에 그쳤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삼성그룹은 이번 조치를 발판으로 늦어도 연내는 승용차사업을
위한 기술도입신고절차를 마친다는 구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