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금융 농수축협 해부] (1) 베일속의 공룡..'본업'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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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가려진 비대공룡. 농.수.축협을 흔히들 이렇게 비유한다. 방대한
규모에 비해 알려진 게 별로 없기때문이다.
농수축협은 농축어민들의 생산자단체이자 전국 단위의 메머드급
금융기관이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루과이라운드(UR)와 금융자율화라는 두가지 맞바람을 동시에
극복해야하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있기도 하다.
과연 농수축협은 이 난관을 뚫고 금융기관으로 생존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조합법 개정을 앞두고있는 이들 농수축협의 현주소와 앞날을 신용(금융)
사업을 중심으로 진단해 본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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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 자산에 6만6천명의 임직원. 6월말 현재 예수금 13조4천억원으로
전금융기관중 3위. 전국 점포수 6백68개로 금융기관 1위. 대충 숫자로만
헤아려본 농협의 "덩치"다.
이 몸집에 거느리는 사업도 만만치 않다.
식품가공.판매업 은행업 보험업 제2금융업등 농협의 사업영역은 제조
유통 금융업을 넘나든다.
감독기관도 농림수산부와 은행감독원을 동시에 갖고있어 업태를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굳이 신용사업을 떼내어 "해부"한다면 농협은 현재 수신규모가 국민.
주택은행 다음가는 은행이다.
시중은행 선두를 달리는 조흥은행(8조7천억원)쯤은 가볍게 따돌린다.
여기에 단위조합의 상호금융 예수금 23조5천억원을 더하면 사실상 전국
최대의 금융기관인 셈이다. 농협은 또 "공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보험업
도 영위하고 있다.
93년말 현재 생명공제(생보) 유효계약고는 35조6천억원. 민간보험사로
치면 중위권에는 충분히 낄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듯 계수로만 보면 어엿한 은헹 내지 보험사이지만 사실은 바로
이점이 농협을 "바람 잘 날 없게" 한다.
농협이 비판받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인 "돈벌이 열중론"이 바로
그것이다.
엄연한 생산자 조직인 농협이 농민지원을 위한 경제사업쪽은 소홀히
하고 "물좋은" 신용사업에만 골몰한다는 것이다.
작년 한햇동안 농협이 올린 매출액 30조7천억원중 신용사업에 들어간
돈은 공제사업을 포함,17조6천억원 정도. 경제사업에 쓴 13조1천억원
보다 35%가 많았다.
가용자금 가운데 농업부문에 대출된 비중도 지난88년 65.2%에서 90년엔
59.1%,93년엔 57.6%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반대로 비농업부문에 대한 대출은 88년 34.8%에서 93년엔 42.4%까지
증가했다. 이점이 바로 조합원인 농민들의 원성을 사는 부분이다.
농민들의 출자와 저축으로 자란 농협이 자신들에겐 문턱을 높이 쌓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단위농협의
평균대출이자율(11.22%)이 쌀농사수익률(7.3%,91년기준)보다 높아
농민들은 농협을 "군림자"로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농협측은 "우리도 은행인데 아무한테나 대출해 줄 수는
없는 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실채권을 최소한도로 줄이는 것은 금융기관의 기본이라는 얘기다.
농협은 또 경제사업보다 신용사업에 치중한다는 여론을 못마땅해 한다.
"궁극적으로는 현재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쪽으로 가야겠지만 경제사업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은
현시점에서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이다.
소구영농협중앙회금융담당이사는 경제사업을 큰 아들,신용사업을
작은 아들에 비유한다.
"큰 아들이 자립능력이 없어 작은 아들이 부모(농민)를 모시고 산다.
지금은 큰 아들이 홀로서기까지 작은 아들이 먹여살리는 과도기"라는
것이다.
조합원들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는 수협이나 축협도
매한가지다. 이에 대한 각 중앙회측의 변명논리도 농협과 별로 다르지
않다.
모두가 신용사업에서 나는 수익으로 경제사업쪽의 적자를 메유고 있는
현실에서는 당분간 별 도리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농수축협 상층부(중앙회)와 농민조합원간의 불신의 골은 그러나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회는 중앙회 나름대로 타은행과의 경쟁을 치러내야 할 판국이고
농민들은 농민들대로 "생산자 조직"에 더욱 충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때문이다.
결국은 농수축협의 아이덴티티(자기정체성)를 재정립하는 게 선결과제
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자신들의 존재의의가 어디에 있고 어디에 더 중점을 둬야하는 지를
먼저 파악, 제대로 자리매김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금융업 하나에만 몰두해도 살까 말까한 "무한경쟁 풍토"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농수축협법 개정작업"은 기로에
선 이들 조합의 앞날을 가늠할 좋은 계기가 될수도 있다.
물론 개정안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설익은 상태로 나와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이번 개혁작업이 재도약의 디딤돌이 될지 쇠락의
분수령이 될지는 당사자들의 개혁의지에 달려있다.
공룡도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얼마든지 사라질수 있다는 게
역사의 가르침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7일자).
베일에 가려진 비대공룡. 농.수.축협을 흔히들 이렇게 비유한다. 방대한
규모에 비해 알려진 게 별로 없기때문이다.
농수축협은 농축어민들의 생산자단체이자 전국 단위의 메머드급
금융기관이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루과이라운드(UR)와 금융자율화라는 두가지 맞바람을 동시에
극복해야하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있기도 하다.
과연 농수축협은 이 난관을 뚫고 금융기관으로 생존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조합법 개정을 앞두고있는 이들 농수축협의 현주소와 앞날을 신용(금융)
사업을 중심으로 진단해 본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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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 자산에 6만6천명의 임직원. 6월말 현재 예수금 13조4천억원으로
전금융기관중 3위. 전국 점포수 6백68개로 금융기관 1위. 대충 숫자로만
헤아려본 농협의 "덩치"다.
이 몸집에 거느리는 사업도 만만치 않다.
식품가공.판매업 은행업 보험업 제2금융업등 농협의 사업영역은 제조
유통 금융업을 넘나든다.
감독기관도 농림수산부와 은행감독원을 동시에 갖고있어 업태를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굳이 신용사업을 떼내어 "해부"한다면 농협은 현재 수신규모가 국민.
주택은행 다음가는 은행이다.
시중은행 선두를 달리는 조흥은행(8조7천억원)쯤은 가볍게 따돌린다.
여기에 단위조합의 상호금융 예수금 23조5천억원을 더하면 사실상 전국
최대의 금융기관인 셈이다. 농협은 또 "공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보험업
도 영위하고 있다.
93년말 현재 생명공제(생보) 유효계약고는 35조6천억원. 민간보험사로
치면 중위권에는 충분히 낄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듯 계수로만 보면 어엿한 은헹 내지 보험사이지만 사실은 바로
이점이 농협을 "바람 잘 날 없게" 한다.
농협이 비판받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인 "돈벌이 열중론"이 바로
그것이다.
엄연한 생산자 조직인 농협이 농민지원을 위한 경제사업쪽은 소홀히
하고 "물좋은" 신용사업에만 골몰한다는 것이다.
작년 한햇동안 농협이 올린 매출액 30조7천억원중 신용사업에 들어간
돈은 공제사업을 포함,17조6천억원 정도. 경제사업에 쓴 13조1천억원
보다 35%가 많았다.
가용자금 가운데 농업부문에 대출된 비중도 지난88년 65.2%에서 90년엔
59.1%,93년엔 57.6%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반대로 비농업부문에 대한 대출은 88년 34.8%에서 93년엔 42.4%까지
증가했다. 이점이 바로 조합원인 농민들의 원성을 사는 부분이다.
농민들의 출자와 저축으로 자란 농협이 자신들에겐 문턱을 높이 쌓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단위농협의
평균대출이자율(11.22%)이 쌀농사수익률(7.3%,91년기준)보다 높아
농민들은 농협을 "군림자"로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농협측은 "우리도 은행인데 아무한테나 대출해 줄 수는
없는 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실채권을 최소한도로 줄이는 것은 금융기관의 기본이라는 얘기다.
농협은 또 경제사업보다 신용사업에 치중한다는 여론을 못마땅해 한다.
"궁극적으로는 현재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쪽으로 가야겠지만 경제사업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은
현시점에서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이다.
소구영농협중앙회금융담당이사는 경제사업을 큰 아들,신용사업을
작은 아들에 비유한다.
"큰 아들이 자립능력이 없어 작은 아들이 부모(농민)를 모시고 산다.
지금은 큰 아들이 홀로서기까지 작은 아들이 먹여살리는 과도기"라는
것이다.
조합원들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는 수협이나 축협도
매한가지다. 이에 대한 각 중앙회측의 변명논리도 농협과 별로 다르지
않다.
모두가 신용사업에서 나는 수익으로 경제사업쪽의 적자를 메유고 있는
현실에서는 당분간 별 도리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농수축협 상층부(중앙회)와 농민조합원간의 불신의 골은 그러나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회는 중앙회 나름대로 타은행과의 경쟁을 치러내야 할 판국이고
농민들은 농민들대로 "생산자 조직"에 더욱 충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때문이다.
결국은 농수축협의 아이덴티티(자기정체성)를 재정립하는 게 선결과제
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자신들의 존재의의가 어디에 있고 어디에 더 중점을 둬야하는 지를
먼저 파악, 제대로 자리매김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금융업 하나에만 몰두해도 살까 말까한 "무한경쟁 풍토"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농수축협법 개정작업"은 기로에
선 이들 조합의 앞날을 가늠할 좋은 계기가 될수도 있다.
물론 개정안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설익은 상태로 나와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이번 개혁작업이 재도약의 디딤돌이 될지 쇠락의
분수령이 될지는 당사자들의 개혁의지에 달려있다.
공룡도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얼마든지 사라질수 있다는 게
역사의 가르침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