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의 몰락과 북유럽의 약진으로 요즘 유럽의 통신시장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프랑스의 알카텔알스톰, 독일의 지멘스등 유럽시장을 주름잡던 기존
통신사들이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들어서면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

반면핀랜드의 노키아, 스웨덴의 에릭슨등 북구 양사는 통신시장의 새주자로
부상, 눈부신 활약을 벌이고 있다.

알카텔은 지난달말 올해 수익이 지난해보다 40%나 줄어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지멘스의 통신사업부문도 올해 수익이 10-15% 하락할 것으로 미국 투자
은행인 메릴린치는 점치고 있다.

이에비해 노키아는 미 모토롤라에 이어 세계 2위의 무선전화기 메이커로
성장했다.

에릭슨도 이동전화망의 디지털 교환기시장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면서
무선전화기에서도 세계 3위로 떠올랐다.

노키아와 에릭슨은 현재 1백70억달러규모의 세계 이동통신장비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이 유럽의 북쪽 구석에서 전세계 통신시장의 중앙무대로 진출,
챔피온이라는 타이틀까지 따낸 비결은 어디있을까.

이코노미스트 근착지는 이를 다음의 3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국내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라"

대부분의 국가들이 전화망을 국가독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핀란드와 스웨덴은 다른 길을 택했다.

핀란드는 1800년대말부터 50여개의 지역전화사가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같은 독립적인 지역통신사들 때문에 노키아는 국내시장에서 경쟁체질을
갖출 수 있었다.

스웨덴은 국영 텔리버켓이 지난 89년까지 통신시장을 독점했었다.

그러나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하면 독점이랄 것도 없었다.

보조금은 한 푼도 없었다.

대신 독자적인 예산과 공개시장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텔레버켓은 인센티브와 서비스개선을 위해 투자할 자본을 가질수 있었던
셈이다.

둘째 "해외로 눈을 돌려라"

프랑스 알카텔, 독일 지멘스등 유럽 대부분의 통신사들은 국내시장만
바라보고 장사를 했다.

덕분에 안정된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경쟁력확보나 새로운
기회를 개척하는 능력과는 점점더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내시장규모가 미국의 대도시만도 못한 북구 통신사들은 달랐다.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을 뚫고 들어가 판로를 개척할 수 밖에
없었다.

이과정에서 그때그때 적절한 기술의 제품을 개발, 고객을 사로잡는 방법도
터득했다.

자연히 명성이 따라 붙었다.

이제는 외국의 통신공급업체로도 자리를 굳혔다.

에릭슨은 지난 1800년대부터 중국에 전화장비를 팔기 시작, 지금은 이동
통신장비의 최대 공급업체가 됐다.

셋째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라"

노키아와 에릭슨이 일찌감치 무선전화시장에 눈을 돌렸다.

지난 83년 미국의 무선전화시장이 개방되자 노키아는 주요전자제품 판매
회사인 탠디와 제휴, 자사의 무선전화에 탠디의 브랜드를 달고 미국시장을
파고 들기 시작했다.

노키아는 이제 벨, GTE, AT&T등 미국의주요 무선전화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에릭슨도 70년대 텔레버텟과 제휴하면서 AXE라는 디지털 전자교환기를
개발했다.

때마침 80년대초 미국 AT&T의전화시장 독점체제가 깨지면서 에릭슨의
AXE는 날개돗힌듯 팔려나갔다.

새로 생겨난 지역회사들이 값싼 장비를 찾아 에릭슨의 AXE로 몰려든
것이다.

무선전화가 보급되자 AXE는 인기를 더했다.

AXE의 유연성과 견고성이 무선전화망에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에릭슨은 현재 전세계 무선전자교환기시장의 절반가까이를 공급하고 있다.

노키아는 50%, 에릭슨은 3분의1씩 올 총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급성장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양사는 낙관하고 있다.

아시아,남미,동유럽등 개도국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
이다.

2-3년안에 전화시장이 개방되는 서유럽시장도 양사의 성장을 보장해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경쟁,기술,국제마인드등 3박자를 고루갖춘 양사는 개도국과 서유럽시장
개척에서도 선두주자로 나설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