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라는 것은 말이 쉽지 참 어려운 것이다.

팔릴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그것을 판매로 연결시키는 것도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반짝이는 재치하나로 어려움을 훌륭히 이겨내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효고현을 본거지로 하는 효고은행이 최근 발매에 들어간 이치로정기예
금은 아이디어하나로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지방출신의 인기야구선수 이치로(오릭스소속)의 이름을 딴 상품이다.

이치로는 올해 일본야구계의 수위타자(타율3할8푼5리)이자 한시즌
2백안타돌파란 대기록을 세운 선수다.

팬들로부터 누리고 있는 인기도 대단하다.

이정기예금은 이치로선수의 타율을 그대로 적용, 연3.85%의 이자를 지급
한다.

10만엔이상을 예금하면 이치로선수의 사인볼 사인색종이 전화카드등을
선물하고 있다.

금리도 다소 높은 편이긴 하지만 최대의 세일즈포인트는 주민들의 애향심
이다.

이상품은 발매에 들어가자마자 이치로선수의 인기만큼이나 폭발적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

사은품중 사인볼은 특히 인기를 끌어 준비한 물량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이에따라 일단 인환권을 발행한후 차후에 건네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사태도 생겨났다.

이 은행 일부지점에서는 "50만엔이상을 예치하지 않으면 사인볼을 건네줄수
없다"며 당초약속보다 금액을 올려 이용객들의 집중적인 성토를 받기도
했다.

효고은행측은 "설립이후 최대의 성황"이라며 예상을 웃도는 대히트에
스스로도 놀라워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오사카에는 "가위 바위 보주점"이란 묘한 술집이 생겨나
주당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술집의 특징은 손님과 주인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손님측이 이기면
생맥주한잔을 공짜로 제공하는 것.

여러명의 손님이 집단으로 올때는 손님들끼리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공짜 생맥주한잔을 제공받는다.

가위 바위 보를 하는 재미와 함께 다른 사람들보다 술값을 덜내는 행운
(일본에서는 술값을 균등분할해 내는 것이 일반적)을 잡기 위해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다른 점포엔 없는 재미를 제공해 불황을 극복해 보자는 주인의 의도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장사가 잘안된다고 해서 짜증만 내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은행이든 술집이든 기업이든 머리만 잘쓰면 보다 나은 길은 항상 열리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