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광 하 < 서울대 교수/산업연관론 >

새로운 산업발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경제의 현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민간의 노력이 함께 어울어져야 한다. 힘을 합치지
않으면 이 현안의 해결은 어렵다.

더이상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란 기대해서도 안되고 더이상 민간의
소극적인 변화만 기다려서도 안된다.

정부는 민간의 참여와 창의력 발휘를 유도할 수 있는 산업정책을 제시해야
하고 민간은 이에 발맞추어 자발적이고도 능동적인 대처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의 초점은 어떻게 구체적인 정책을 실현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데에 있다.

정부는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국민의 눈에는 아직까지도 가시적인 그림이 보이지 않고 있다.

어떤 것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산업발전체제이며, 그것을 통하여
과연 자발적인 참여와 능동적인 창의력 발휘가 이루어질수 있겠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산업정책은 좀더 구체적으로 참여와 창의를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꾸준히 실천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가지 사항을 유념하여야 한다.

첫째,산업정책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기초로 하여 실정에 맞는 처방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정책에 따라 줄것이며,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우리나라의 시장구조나 특성,민간기업의 경영자세,소비자의 행태,
그리고 금융기관을 위시한 관련기관들의 관행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
되고 난뒤에 이에 맞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만약 우리의 경제현실이 민간의 자율에 의조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면 정부의 역할을 무조건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면 민간의 자율에 의해서도 경제가 충분히 잘 운영될 수 있다면 정부의
개입은 가능한 한 줄여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산업정책에서의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은 우리의 실정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황영조 선수의 마라톤 우승을 부러워 한 나머지 심폐
기능이 발달하지 못한 사람에게 마라톤을 권장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되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정확한 처방이 내려질때 모두가 공감할 것이며,병을 퇴치하기
위한 노력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창의력도 발휘될 것이 아니겠는가.

둘째 새로운 산업정책의 실시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과 희생을 최소한
으로 줄여 나가는 노력이 요망된다.

우리경제는 지금 선진경제로 발돋움하기 위하여 구조조정을 하고있다.

환절기에 감기를 조심해야 하는 것처럼 구조조정과정에서는 약해지는
부문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국민경제 전체로 볼때에는 비효율적인 기업 쇠퇴해 가는 산업은 하루빨리
사라지고 효율적인 기업,융성해가는 산업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구조조정이 신속하고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가운데서도 퇴조하는 기업이나 산업이 새로운 부문으로
재빨리 전환할수 있도록 따뜻한 손길을 뻗쳐야 한다.

개방에 따라 경쟁력이 사라지는 부문,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진 기업,후발
개도국에 추격당해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에 투자되었던 자원이 낭비되지
않고 새로운 용도에 잘 활용될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그들도 선진경제건설에 동참하고 적극적인 변신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참여와 창외의 신경제가 아니고 무엇
이겠는가.

셋째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정책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

산업정책은 경제발전단계에 따라 산업구조의 특성에 맞게 기업의 능력과
소비자의 기호에 적합하게 변모되어야 한다.

특히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체결 지방자치제 도입과 같은 정부와 기업 모두
에게 큰 영향을 줄 여건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
하다.

WTO체제하에서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상당한 제약을 받게되며 지방
자치제 실시이후에는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간의 역할분담과 협조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하여 지금까지의 전국 단일의 산업정책의 효율성은 상당히 저하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정책을 하루빨리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을 모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의 경험도
이론도 도움이 될수 없기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새로운 정책
개발은 정부와 민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할 과제
이다.

정책개발단계에서부터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능동적인 창의력 발휘가
요구된다는 말이다.

미래의 산업정책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았던 새로운 환경에 맞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지혜를 한데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책을 명명백백하게 국민앞에 밝히고 이를 강력하게
꾸준히 집행해 나간다면 우리의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튼튼해질 것이 분명
하다.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능동적인 창의력 발휘를 통하여 새로운 산업
정책을 수립하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