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석 <외교안보연구원 아태 연구부장>

스위스의 국제경영연구소와 세계경제포럼은 지난달 발표한 "94년도
국제경쟁력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쟁력이 최근 수년동안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 올해는 조사대상국인 41개국 중에서 24위에 머물렀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국제경쟁력이 하락일변도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한
일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한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개방성 부재가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 것이다.

국제화부문에서는 조사대상 41개국중 무려 39위라는 너무나 부끄러운
수준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들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민족임을 자부하고
있다. 또한 그것은 사실이다.

우리 한국의 대외관계사는 "침략과 저항"이라는 부단한 윤회과정을
되풀이 해왔다. 거란족의 침입에도,여진족의 침입에도 우리는 굴하지
않고 부단히 저항했다.

몽고족이 세운 원나라의 침입에 대응하면서도 우리는 끊기있게 저항
하면서 한민족의 정통성과 자주성을 유지해 왔다. 한마디로 우리들
한국인은 슬기로운 민족인 것이다.

올림픽에서 세계를 재패한 한국의 마라톤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국가적 자존심을 충분히 유지시켜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고 국제화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국제경쟁력 보고서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조사의 방법,통게숫자의 처리방식, 조사대상국의 선정방식등에서 약간의
오류는 있을수 있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들 스스로에게 있지
않을까.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동원되는 수단의 하나가 바로 외교이다.
외교정책이란 한 국가가 갖고있는 대외적 방침의 공식적 표명을 의미
한다.

그 결과는 때에 따라서 국제화라고 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도한다.
그러므로 외교야말로 국내정치 이상으로 국가적 사활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국민적 과제인것이다.

지난 수개월동안 우리는 한국외교의 시련기를 맞이하고 있는것같다.
그 시련이라함은 국제환경의 격변하는 흐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경험할수밖에 없는 분수령인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국들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외교적
실리를 찾는 방법으로 선회하고 있다.

북.미간 핵협상타결역시 이런 맥락에서 볼수있다.

이것은 오늘날의 국제정치가 정치체제나 이데올로기보다는 국가이익을
중시하는 결과 파생되는 필연적인 부산물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일부언론은 한국외교의 구심점이라고 할수있는 미국 일본과의
반세기 공조축이 마치 흔들리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정통우방으로서의 한.미관계와 한.일관계는 여전히 안정기반이 구축
되어 있으며 적극적인 협조체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상회담과 외무장관회담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북한 핵문제와 같은 델리키트한 문제의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의견조율과정이 약간 복잡해지는 것이것에 불과한 것이다.

한.중관계도 비약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한.러 관계는 북한 경수로
문제와 관련, 약간의 이견은 있지만 기본적인 협조체제는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안보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파생될수밖에 없다.

그것은 어느 누가 정치권력의 핵심을 이루든,어느 누가 외교정책결정의
당사자가 되든 마찬가지이다.

그와같은 외교위기론의 실체는 보는 각도에 따라서 그 시각과 평가가
자못 달라질수 있는 것이다.

그 위기의 실체를 외교당국자와 외교정책기구 상호간의 불협화음에
기인하는것 처럼 일방적으로 평가해 버리는 단순논리는 너무나 경솔한
판단이다.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외교적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바람직한
자세는 될수 없다.

우선 주인정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외교적 여려움은 외교당국의 과제에 불과하고 여론과 국민은
이를 비판하는 방관자에 불과하다는 편협된 자세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또한 4,000만 국민의 과제요, 대한민국의 과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시점에 있어서 한국의 외교정책과제를 평가하고 비판
하는 고압적 자세보다는 이를 우리국민 모두의 공통적과제로 인식하고
우리들 모두의 지혜를 응집시켜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추구해아할 중요한
시점에 와있다.

구한말의 비극이 우리에게 주는 역사적 교훈중의 하나는 위정자나 국민
모두가 격변하는 국제환경의 흐름을 정확히 인식하고 냉정하게 대응,
바람직한 국가적 위상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100년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는 여전히 오늘날도 계속되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인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키고 한국외교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는 주인정신을 다시금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라운드에 나가있는 운동선수 감독 코치와 응원단이 3위일체가 되었을때
선수들의 기량은 십분 발휘될수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우리들 모두가 옷깃을 여미고 대한민국이 당면하고있는
외교적 여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때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후세의 역사가들로부터 부끄럽지 않은 평가를 받을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