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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재계판도를 좌우할 차세대주자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창업1,2세대의 퇴진에 따라 경영일선에 나서고 있는 재벌2,3세와 파워
엘리트군을 형성, 재계내에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는 전문경영인들이 그들
이다.

아직은 2,3세들이 대부분 경영수업중이고 전문경영인 또한 ''오너''의 벽을
넘지못한 상태이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21세기의 재계판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우선 2,3세의 경영권 승계는 그 자체가 재계의 판도변화를 동반한다.

지분분산으로 소유구조가 바뀌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룹의 분리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분분산에 따른 소유집중의 완화는 또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관계에도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오너''의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그대신 전문경영인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재벌2,3세들의 움직임과 전문경영인들의 현주소,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한
21세기의 재계지도를 조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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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2.3세들이 21세기를 겨냥해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아직은 대부분이 창업주나 2세의 품안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며 표면에
드러나지 않으려 조심하는 분위기이나 21세기의 재계를 리드할 차세대주자로
서의 위치를 착실히 다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의 황태자"로도 불리는 재벌2.3세들의 움직임은 장차의 재계판도변화
와 관련해 특히 관심을 끈다.

1.2세로부터 2.3세로의 경영권상속은 그자체가 재계의 구도를 바꾸어 놓는
분가를 의미하는데다 그들의 경영능력에 따라서 그룹의 위상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3세로의 경영권상속은 또 한국의 재계를 얘기할때마다 거론되는 소유
집중을 자연스럽게 완화, 경제력집중문제를 다소나마 해소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소유집중이 완화됨으로써 소위 "오너"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전문경영인의 입지가 강화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재벌2.3세들의 행보는 21세기의 재계지도를 그리는데 무엇
보다도 먼저 고려해야 하는 변수이다.

30대그룹중 현재 2.3세들의 움직임이 가장 주목을 끄는 곳은 현대그룹.

정주영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 앉으면서 어느정도의 교통정리가
이루어졌으나 주력기업인 현대건설 현대자동차 현대종합상사등의 후계구도는
미지수로 남아있는등 아직도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정주영회장이 "현대에는 정세영회장이후 그룹개념의 회장은 더이상 없다"고
수차 공언해온 점도 21세기 현대그룹의 모습을 그리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대그룹의 2세들은 현재 2남 몽구씨가 현대정공 현대자동차써비스 인천
제철 현대강관등을 관장하고 3남 몽근씨가 금강개발, 5남 몽헌씨가 현대
전자, 6남 몽준씨가 현대중공업, 7남 몽윤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 8남
몽일씨가 현대종합금융을 맡는 식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중 몽근씨의 금강개발계열과 몽윤씨의 현대해상화재보험은 분리.독립이
결정돼 현재 지분정리등의 절차를 밟고 있으며 현대알루미늄은 작고한
몽우씨 몫으로 떼준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연방식경영인 셈인데 사업성격상의 계열사간 상호의존도등을
감안할때 장차의 소유구조변화에 관계없이 이같은 체제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의 2세중에선 장남 몽필씨의 사망으로 실질적인 장남이 된 2남
몽구씨가 경영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재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그룹의 제철소건설계획도 그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룹내에서 "MK"로 불리는 그는 러시아와 합작으로 항공기생산업체인
현대야크사를 세우기도 했다.

정세영현그룹회장은 여러가지 정황으로보아 분신이나 다름없는 현대자동차
를 넘겨받을 공산이 크다.

현대자동차는 정세영회장이 줄곧 경영을 맡아온데다 일찌감치 독립해
별도의 그룹을 창업한 정인영한라그룹회장 정순영성우그룹회장등 다른형제와
달리 유일하게 장형인 정주영회장을 도왔기 때문에 정주영회장도 이를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 연초의 인사에서 정세영회장이 장남인 몽규씨를 현대자동차의 전무
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삼성그룹은 이건희회장의 장남 재용씨(26)가 서울대 졸업후 일본에 유학,
아직 경영수업을 받지 않고 있어 다음세대(3세)의 경영참여는 전혀 가시화
되지 않고 있으나 이회장의 맏형인 맹희씨와 작고한 창희씨, 그리고 누나
인희씨의 아들들은 이미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고이병철회장의 장손이자 맹희씨의 아들인 재현씨가 제일제당의 상무로
최고경영자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을 비롯 창희씨의 장남인 재관씨(32)와
그의 동생 재찬씨(31)는 각각 새한미디어의 사장과 이사로 부친이 독자적
으로 일군 기업을 이끌고 있다.

장녀 인희씨의 아들, 다시말해서 고이병철회장의 외손자들도 삼성에서
분리된 한솔그룹에서 경영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장남 조동혁씨(44)가 고려병원관리회사인 고려흥진대표를 맡아 부친
조운해씨가 경영하는 고려병원을 돕고 있으며 차남 동만씨(41)는 레저업체인
IRC상무로 있다.

3남 동길씨는 한솔제지상무다.

장남이 고려병원, 2남이 레저부문, 3남이 한솔제지를 맡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돼 있는 셈이다.

럭키금성그룹은 구인회창업주-구자경현회장에 이어 장자적통계보를 잇고
있는 구본무그룹부회장의 승계가 이미 오래전에 굳어졌다.

구본무부회장은 75년 럭키금성심사과장으로 들어와 금성사이사.상무.기조실
전무.부사장등을 거치며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아직 표면에 나서는 것을 피하고 있으나 전경련부회장을 맡아 재계내에서의
위상도 확보했다.

따라서 럭키금성그룹은 3세보다는 4세로 넘어갈때의 구조변화가 현재로서는
더 큰 관심사이다.

대우그룹도 김우중회장의 장남 선재씨가 91년 사망한데다 2남 선협씨(25)와
막내 선용군(19)의 나이가 어려 아직은 2세경영을 거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경그룹의 경우는 상황이 또다르다.

윤원 신원 창원씨등 고최종건회장의 세아들과 태원 재원씨등 최종현현회장
의 두아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어 누가 그룹회장을 이어받게될지 점치기가
극히 어렵다.

선경그룹의 장손인 윤원씨(45)는 선경인더스트리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그의
동생인 신원씨(43)와 창원씨(32)는 각각 (주)선경전무와 선경인더스트리의
과장으로 그룹일을 맡고 있다.

최종현회장쪽에선 태원씨(35)가 (주)선경의 이사대우, 재원씨(32)가 SKC의
과장으로 근무중이다.

태원씨와 재원씨는 선경미주경영실에서 일하다 올해 귀국했다.

이중에서 아무래도 가장 주목되는 사람은 최종현회장의 장남인 태원씨.

노태우전대통령의 사위이기도한 그는 고려대에서 물리학과를 졸업한뒤
미국에 유학, 시카고대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박사과정을 마친뒤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컴퓨터회사에서 잠시 근무
했다.

90년말 귀국해 선경마그네틱 기획부장으로 경영수업에 나섰었으나 외환
예치문제가 터져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1년여만인 올여름 귀국했다.

한진그룹의 2세들도 경영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

조중훈회장의 장남인 량호씨(45)가 대한항공사장으로 모기업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2남 남호씨(43)는 한진건설사장, 3남 수호씨
(40)는 한진해운사장, 4남 정호씨(36)는 한진증권전무로 근무하고 있다.

네아들을 육.해.공과 증권에 나누어 배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후계구도를
그려놓은 셈이다.

쌍용 한화 효성 동아그룹들은 아직 2.3세가 부상할 나이가 아니며 30대
그룹중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두산그룹은 3세를 지나 4세체제까지 대비
하고 있다.

박용곤그룹회장의 장남인 정원씨(33)가 동양맥주 차장으로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고 2남 지원씨(30)는 동양맥주 뉴욕지사 과장으로 해외근무중이다.

박용오두산상사회장의 장남인 경원씨(31)는 두산상사 LA지사에서 그룹일을
돕고 있으며 박용성동양맥주부회장의 장남인 정원씨(28)도 지난해 두산음료
에 입사, 4촌형제들과 같은 대열에 들어섰다.

부친이 회장 또는 부회장으로 있는 계열사에서 몸을 담고 있다는게 특징
이라면 특징이다.

코오롱그룹은 대부분의 그룹이 차세대주자를 가능하면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과 달리 3세인 이웅렬씨(39)를 그룹의 전면에 내세웠다.

91년 기조실장에서 그룹부회장으로 승진시킨데 이어 제2이동통신
지배주주자리를 둘러싼 포철과의 경쟁에서는 그에게 진두지휘를 맡겼다.

최근에는 모기업인 (주)코오롱의 대표이사사장으로 발령, 경영의 최고
사령탑에 앉혀 그룹내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동국제강그룹은 삼성그룹과 창업주의 3세가 경영에 발을 들여놓고 있으나
장손이 계열사가 아닌 방계회사를 맡고 있다는 점이 색다르다.

장상태회장(창업주인 고장경호회장의 3남)의 장남인 세주씨(41)가 주력
기업인 동국제강의 전무로 근무중이고 작고한 장상준씨(장상태회장의 맏형)
의 2남 세명씨가 조선선재사장으로 그룹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세명씨의 형이자 장씨가문의 장손인 세창씨는 방계회사인 동일제강의 사장
으로 나가 있다.

그러나 3세들간 지분율이 비슷하고 장상태회장이 "그룹경영은 다른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맡기겠다"고 밝히고 있어
누가 그룹회장을 이어받을 지는 아직 미지수.

삼양그룹도 경우는 다르나 2세가 3세를 한사람씩만 그룹경영에 참여시킨다
는 점에서 이채롭다.

삼양그룹은 현재 김연수창업주의 3남 상홍씨가 그룹회장을, 5남 상하씨가
삼양사회장을 맡고 있는데 3세중에서는 김상홍회장의 장남 윤씨(41.삼양사
전무)와 김상하회장의 장남인 원씨(36.삼양사이사)만이 그룹에 몸을 담고
있다.

김상홍회장의 둘째인 량씨와 김상하회장의 둘째인 정씨는 각각 경방과
뱅커스트러스트에 근무하고 있다.

2세들간에 아들중에서 한사람씩만 그룹일을 시키기로 약속, 이를 이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오너의 자리를 넘겨받아 21세기에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으로는 최주호우성그룹회장의 장손인 최홍씨(31)와 설경동대한방직
창업주의 장손인 설범씨를 꼽을 수 있다.

최홍씨는 계성제지의 관리담당전무로 그룹경영을 배우고 있으며 설범씨는
대한방직의 상무로 근무하고 있다.

< 이희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