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미국과 일본의 멀티미디어관련업계는 지금의 상황을 ''태풍의 눈''과 같다고
말한다.

현재는 고요한 듯 보이지만 곧 엄청난 멀티미디어소프트 태풍이 불어
닥치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은 물론 세계 각국 굴지의 기업들이 멀지않아 다가올
멀티미디어 소프트전쟁시대에 대비,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상과 출판등 기존 문화산업계는 물론이고 컴퓨터및 가전업계등 하드웨어
업체들도 조만간 닥칠 본격적인 멀티미디어시대에 대비해 부지런히 소프트를
개발하고 있다.

멀티미디어소프트만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미국내 업체만도 이미 수천개사에
달하고 있다.

이들 두고 미국의 컴퓨터게임소프트전문업체인 일렉트로닉아트사의 마크
루이스 부사장은 "이제 기업의 고유영역은 없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기업이
멀티미디어소프트 업체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누가 보다 뛰어난 창의성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것이지요"라고 말한다.

현재 미국의 컴퓨터보급률은 전체가구의 25%.93년 미국의 멀티미디어시장
규모는 9백60억달러, 이중 3백70억달러가 소프트시장이다.

물론 여기에는 영화배급및 AV소프트가 포함돼 있다.

2000년대에는 전세계 멀티미디어시장규모가 35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때에 대비, 소프트(컨텐트)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전자 지식정보산업과 전자오락(엔터테인먼트)이라는 신종산업이 형성,
급부상중이다.

멀티미디어시대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이미 미국의 국가
기간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상업체.

할리우드는 지난해 외화수입으로 8백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컴퓨터그래픽스나 이미지처리기술, 첨단 애니메이션, 가상현실기법등
첨단컴퓨터기법을 쓴 결과이다.

이 영화업체들이 멀티미디어사업을 향해 새로운 전략을 펴고 있다.

타임과 워너브러더스사의 합병사인 타임워너는 "타임워너 인터랙티브"사를
설립, 대화형 멀티미디어게임제작에 앞장서고 있다.

인기영화의 주인공이 캐릭터로 등장, 영화의 내용과 같은 장면속에서
게임을 한다.

지난해 자동차 1백50만대 판매분과 같은 수익을 올렸다고 해서 화제가
된영화 "쥬라기공원"도 유니버설영화사의 자회사인 "유니버설 인터랙티브
스타디오즈"에서 게임으로 만들었다.

루카스아트, 월트디즈니등도 멀티미디어관련기업을 세우고 자사가 제작한
영화를 CD 롬 타이틀화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CD 롬소프트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업체들의 움직임은 새시장을 개척하느라
더욱 바쁘다.

이들이 설립된 것은 불과 4,5년전.

지금까지 6천종이 만들어졌으나 올해에만 1천5백종의 타이틀이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IBM이나 매킨토시등 각기 다른 컴퓨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의
종류도 다양하다.

내용도 온갖 것을 다 포함하고 있다.

물론 게임이 전체의 50%가 넘는다.

수익도 만만찮다.

EA는 지난해 4억달러의 순수익을 올렸다.

게임내용도 경로찾기나 장애물경주에서 벗어나 머리를 쓰는 전략게임이
인기를 끈다.

TV에 나오는 영웅들이 실제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미국의 컴퓨터및 통신업체, 일본의 가전업체등 하드웨어업체들도 이분야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일본의 NEC는 멀티미디어소프트를 제작하기 위해 사내에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소니사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사를 아예 따로 설립했다.

하드웨어업체의 장점을 이용해 소프트업체와의 제휴를 적극 모색하는
한편 소프트크리에이터의 발굴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멀티미디어혁명이 가장 쉽게 파고드는 분야는 출판분야이다.

서적출판은 이제 옛날얘기이다.

백과사전이나 기업정보 학술정보및 시사정보등 모든 출판물이 데이터
베이스화되어 가고 있다.

잘팔리는 CD 롬 베스트10에 출판물이 4~5종을 차지한다.

콤튼의 세계백과사전이 브리태니커의 판매량을 압도한다.

"이제 우리 출판사도 가만 있을 수가 없어요. 지금까지는 주문에 의하거나
수요를 봐가며 제작하는등 소극적으로 했지만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컴퓨터기술을 도입, 직접 멀티미디어소프트를 만드는 기업으로 변모할
계획입니다"(호시노 타마노리 일본 고단샤 국제실담당부장)

세계 최대출판사인 맥그로힐사에도 컴퓨터회사의 발길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일본 가전업체들과의 미팅도 늘고 전문 소프트웨어업체들의 방문도 증가
하고 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기구의 발달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

시청자 또는 소비자에 대한 일방적인 메시지전달에서 벗어나 이들을
능동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 멀티미디어이다.

이 새로운 혁명을 위해 모든 기업체가 멀티미디어산업에 뛰어들고 그
핵심인 소프트 엔터테인먼트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소프트산업의 발달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미국과 하드웨어기술발전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일본과의 엄청난 한판싸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