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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 창간30돌] 기고 : 가라쓰 하지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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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라쓰 하지메 <도카이대학교수>

    오늘날 자유경제아래서는 세계시장이 모두 횡적으로 연결돼있다. 따라서
    뛰어난 제품은 어느곳으로나 팔려나간다. 다소의 관세장벽이 있어도
    그것을 이겨낼 수있다.

    액정판도 그렇고 MPU칩도 그렇고 만들 능력이 없으면 구입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같은 자유시장에서의 기술력의 비교는 각제품의 점유율을 비교해보면
    한눈에 들어온다.

    일본에서 비디오카메라하면 마쓰시타(송하)와 소니가 최고였다.

    그런데 여기에 샤프가 대형액정판을 부착한 비디오카메라를 내놓으면서
    점유율 3위를 차지하게 됐다.

    샤프의 카메라가 나온 것은 작년이지만 크게 각광받는 것을 본 다른
    업체들도 액정타입을 내놨다.

    그러나 아직도 샤프가 액정비디오카메라에서는 독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보면 21세기 기술력경쟁은 각기업의 무엇을 만드는가하는
    기획력과 그것을 제품으로 만드는 설계능력이 결정한다고 하는 시각을
    갖고 들여다 볼때 드러난다.

    물론 물건을 만드는 기술력이 배경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있어도 물건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기술이 있다고 말할수
    없다.

    현재 21세기의 기술이라고 각광받으며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초전도 바이오 기타 열거하자면 얼마든지 새로운 기술의 씨앗이
    있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이 물건이 돼 이용될지는 알 수없다.

    IBM의 취리히연구소에서 새로운 원리가 발견된 초전도기술은 세계를
    변화시킬수 있을 것이라고 주목받았지만 잘풀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미국정부는 지원예산을 작년부터 절반으로 줄였다고 한다.

    바이오와 관련해서는 유전자의 배열에 변화를 줌으로써 차례차례
    새로운 약이 발표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가장 주목되는것은 새로운 소재가 차례차례 나오고 있는
    점이다.

    알루미늄보다도 가볍고 철강보다도 강하다고 하는 탄소섬유는 양산에
    들어가 있다.

    최근에는 빌딩의 철근콘크리트로 사용하는 실험이 시작됐다. 또 순도가
    높은 슈퍼메탈의 양산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것은 식스나인,즉 순도가 99.9999%인 금속으로 이를 사용하면 전혀
    다른 성질의 재료가 만들어진다.

    6개기업이 공동으로 올해부터 실용화연구를 하고 있다. 금속에 관해 큰
    화젯거리가 하나있다.

    제철소의 모습이 완전히 변했다는 이야기다. 이제까지 제철소는 철광석
    을 제련하는 고노, 즉 큰 용광로가 있었다.

    이것을 대체하는 것으로 직접환원노의 파일럿플랜트가 순조롭게 보급되고
    있다. 이것이 본격화되면 코스트의 30%가 절감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까지 고노에서는 점결탄이라고 하는 특수한 석탄
    이 필요했지만 이것은 일반석탄을 사용할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노에서는 한번 불을 붙인후 꺼뜨리면 안된다. 새로운 노에서는
    생산량에 따라서 자유롭게 불을 댕겼다 껐다 할수있게 된다. 따라서
    이것은 제철업의 혁명이 된다.

    새로운 기술이라고 하면 화제로 등장하는 것이 언제나 하이테크에
    관한 것이지만 그것만이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오히려 기초소재에 관해서 줄기차게 신기술이 태어나고
    있다. 이에비해 미국은 정보통신과 관련된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
    발전시키고 있다.

    기술에서는 각자가 힘을 발휘할 수있는 분야를 개척해서 육성해나가는
    방식이 오늘날 기술선진국의 모습이다.

    영국이 판유리생산설비의 수출을 금하면 판유리가 공급부족에 빠지고
    무라타제작소가 필터생산을 중단하면 컬러TV를 못만들게 된다.

    이처럼 오늘날 기술은 어디만이 강한것이 아니고 서로 밀접하게
    상호의존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서로가 어떤 기술을 어디에서 발전시킬 것인가하는 생각으로 21세기를
    열어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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