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 약 *******************************
경제대국 일본이 ''벽''에 부닥쳐 있다. 자민당분열이후 정치혼란이 거듭
되고 있다. 정치적 리더십은 실종된지 오래다.

성장신화의 주역이었던 일본식 관료주의는 이제 큰 두통거리다. 세계에는
지역주의 분권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19세기의 중앙집권식 국가주의에 집착해있다. 자연히
세계의 변화와 흐름에서 멀어진다.

거품경기붕괴, 엔고진전으로 경제역시 교착상태다. 일본은 이런 도전을
이겨내지 못하면 일본의 21세기는 없다.

일본이 이런 과제들을 해결해도 ''팍스저패니카''시대는 오지않는다.
21세기는 아시아권이 공동으로 세계를 이끄는 시대일 것이기 때문이다.
*******************************************************************

오마에 겐이치 <요코하마 컨설팅그룹 회장>

-거품경기붕괴이후 일본의 장래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은 지금 무엇이 문제인가.

"전후 일본의 발전은 중앙집권행정에 의해 이뤄졌다. 국가가 정책을
정하면 산업계와 국민이 이를 따르는 전형적인 개발도상국의 성장모델을
취했고 이게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는 바로 이러한 중앙집권정치때문에 일본은 벽에 부닥쳐
있다"

-좀둬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세계는 변하는데 일본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는 여전히 국내
경제 기업 협회등 소위 "철의 삼각형"중심으로 정책을 펴고 있는 탓으로
세계경제를 모르게 됐다.

일본은 내부지향, 하부지향, 과거지향식 정책으로 세계경제나 역사흐름
에서 멀어지고 있다.

정치가 리더십을 잃고 관료가 강해진데 문제가 있다.

자민당붕괴이후 일본의 정당은 난립,정치리더십이 없어지고 관리들은
국민을 제쳐둔채 자기멋대로 하는 "관료독재국가"가 됐다.

지난해 7월 총선이후 성격이 전혀 다른 3개의 정권이 생겼다. 일본
국민들은 투표를 해도 일본의 운영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선거는 의미조차 없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일본의
21세기는 없다.

나는 그래서 중앙집권식 47개도.도.부.현체제를 11개의 "도주공화제"로
바꾸고 완전지방자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방정부가 세계적인 시야에서 산업정책,통신.물류정책을
펼수 있다. 그래야만 세계로부터 돈 기업 정보 사람이 몰려 번성할수
있다.

일본이 종전대로 중앙에서 모든 것을 하려하면 세계적인 신조류에서
낙오될수 밖에 없다"

-신조류란 무엇인가.

"19세기의 국가중심에서 지역국가개념으로 급격히 바뀌는 현상이다.
이러한 변화는 전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북경을 중심으로 중앙집권식 공산주의를 해왔지만 잘 안됐다.
중국은 결국 시장메커니즘을 살린 지방분권제로 선회했다.

상해 광주 천진을 중심으로 외국의 돈 기술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중국은 이처럼 지역국가,더나아가 "중국연방" "중화연방"으로 변신,
급격한 경제발전을 하고있다.

인도역시 지역국가화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도 자카르타중심에서
수마트라 메단으로 지역화하고 있다.

태국의 경우도 방콕중심에서 푸켓으로,더나아가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 "바트경제권"을 확산시키려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국가전체로 보면 경기가 나쁘지만 콜로라도 유타
애리조나 북캘리포니아등은 활기가 넘친다.

이처럼 국가중심으로 발전하는게 아니라 지역단위로 발전여부가 결정
되는 시대가 됐다"

-지금 일본경제는 어렵다고 하는데 정치불안과 상관관계가 있나.

"매스컴들이 일본경제가 어렵다고 떠들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은
1% 성장,제로성장이라해도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라는데는 변함이 없다.

엔고불황이라지만 "병든 경제"의 통화가 강세일 턱이 없다. 다만 일본
경제가 어려운 것은 다른 이유때문이다.

중앙정부가 버블경제의 뒤처리를 잘못해 금융이 매우 불안정해졌다.

금융기관들은 거품경제가 수습될때까지 저예금금리 고대출금리정책을
취하도록 읍소했다.

대장성은 금융공황으로 은행이 파산할 경우 그책임추궁을 당할 것을
우려, 바보처럼 그런 정책을 썼다. 자연 돈이 돌아가지 않게 됐다.

소비자들은 부동산값과 물건값이 더 내릴것으로 생각,소비를 줄이고
있다. 일단 상품값이 폭락한 후에는 일본경제가 일시에 좋아질텐데
정부는 이점을 겁내고 있다. 정치리더십의 결여,고통을 동반한
개혁기피가 문제다"

-하지만 일본산업계는엔고로 실적이 나쁘다고 울상인데..

"엔고는 일본경제에 별 영향이 없다. 엔화는 달러당 3백60엔대에서
98엔대까지 강해졌지만 일본은 망하지 않았다.

자국통화가 강해지는 것을 꺼릴 이유가 없다. 산업구조를 바꿔 낡은
산업을 버리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면 된다. 엔고로 수입상품이 점점
싸지고 생활도 풍요로워진다"

-그런데도 엔고로 큰일이라고 한목소리를 내나.

"일본인은 19세기의 폐쇄적 국가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탓이다.
엔고로 고전하는 수출산업들만 큰일이라고 떠들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일본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비해 엔고로 득을 보는
전력, 석유산업등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일본은 GNP의 9%를 수출하고 7%를 수입,2%의 무역흑자를 낸다. 10%의
엔고가 됐어도 GNP의 0.2%정도밖에 영향이 없다. GNP규모에 비추어
환율변동은 거의 중립이라 할수 있다.

일본의 나쁜 버릇은 "무역입국"의 관념이 뇌세포에 박혀 엔고는 큰
일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문제는 올바른 정치,올바른 경제정책,진정한 의미의 시장개방정책을
취하면 엔화는 다시 달러당 1백30엔대로 돌아갈 것이다.

이런 정책을 일본정부가 취할지 여부가 향후 일본경제및 엔화향방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시험지라고 생각한다"

-국가나 기업이나 21세기의 생존전략은 글로벌화라하는데 일본은 어느
수준에 와있나.

"나는 일본의 시스템을 글로벌화해야 한다는 "급진파"에 속한다.
즉 생활의 질을 높이되 상품의 코스트는 낮추며, 완전지방자치를
실현하고 일본식시스템을 글로벌시스템에 일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좀처럼 이게 실현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시스템이다. 금융시스템은 시장개방이 전혀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도쿄금융시장은 버블문제로 정부에 의한 관리통제가 더
강화됐다.

이로인해 일본주식의 20%이상은 런던에서 매매되고 있다. 증권거래세,
수수료등이 자유화된 해외시장이 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화시대에 정부가 부당한 관리를 하면 돈과 기업은 해외로 달아나
버린다. 이처럼 일본도 낡은 시스템에 바람구멍이 뚫리고 있다.

일례로 유통시스템도 크게 바뀌고 있다. 다이에나 이토요카도같은 기업은
지금 가격파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나카우치 이사오 다이에회장은 오는 2000년까지 자사가 판매하는 모든
물건가격을 현재의 절반수준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나는 21세기초까지 일본의 주택을 현재의 절반값으로 구입할수 있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이는 과감한 규제완화와 수입자유화로 가능하다. 수입자유화에 의해
가와치야라는 수입전문점은 스카치위스키를 면세점보다 싸게 팔고 있다.

그러나 50만개에 달하는 건설업종이나 식료품업종에는 카르텔이 강해
폐쇄적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도 UR체제아래서 점차 변해갈 것으로
생각한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