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렁찬 북소리 >>>

= 창간 30돌에 부쳐 = 김광규

돌아보면 아득한 세월

강산이 바뀌기를 어느덧 세번

참으로 길었던 한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

주머니 가난해서 마음 훈훈했던 때

나라의 빚을 힘겹게 나누어 지고

점심은 언제나 짜장면으로 때웠지

버스를 타고 다니며 그래도

기획기사를 심층취재하던 1960년대

납으로 만든 자디잔 활자로 나무목판에 지면을 짰던 시절

코를 찌르는 지형냄새 속에서 태어나

자그마치 일만 번의 낮과 밤

환희와 고뇌의 변모와 개혁을 거쳐 중림동 언덕에 우뚝 서서

이제는 노트북 컴퓨터로 기사를 입력하고

CTS시스템으로 편집해서 순식간에 수십만부를 찍어내는

정상의 경제정보매체

한국경제신문이 오늘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하네

손끝에서 발끝에서 머리 속에서

온몸을 넘쳐흘러 땅에서 바다에서 끊임없이 샘솟아 오르는

모든 욕망 모아서 힘을 만들고

양지 쪽 응달진 곳 가리지 않고

온 세상에 골고루 힘을 나누어

분수껏 잘 살도록 온갖 욕심 다스리는 일

도맡아 남모르게 땀흘리며

삼십년을 한결같이 우리와 함께 살아온 이웃

배추값에서 부동산 시세까지

가락동 시장에서 뉴욕의 금융가까지

골프장에서 TV화면에 이르기까지

값진 소식 전해주는 부지런한 전령

수많은 창업과 파산을 지켜보고

놀라운 첨단기술과 자동차 산업 북돋워주고

증권투자와 재산형성

수요와 공급을 저울질하면서

변혁의 순간마다 앞질러 알려준 친구

한국경제신문이 오늘 서른 살 잔치를 벌인다네

믿음직한 한경인 모두 힘을 합하여

참신한 기획으로 정확한 정보를 모아

보는 눈 읽는 마음 이끌어 나가며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기틀 마련하기 위하여

우렁찬 북소리 울려준

한국경제신문이 오늘

서른 살 장년이 되었네

이리오게 모두 모여 축배를 드세

지나간 고난의 세월 되돌아보고

오늘의 보람찬 성취를 기뻐하면서

찬란한 내일 풍요한 미래를 위하여

이제는 더욱 알차고 정직하게 일해볼 나이

독자와 함께 신문과 함께

믿음과 고마움 서로 나누며

세계로 뻗어나갈 우리의 경제

실팍한 번영의 앞날을 향하여

우람한 날개 힘차게 펼치세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