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금융상품(derivatives)시장에 대한 규제강화를 둘러싸고 선진국정부와
업계가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규제강화를 주장하고 있고 일반기업과 금융업체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 문제는 최근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총회에서 주요 의제로
취급됐을 정도로 국제적인 핫이슈로 부상돼 있다.

행정부나 중앙은행, 심지어는 의회까지 포함된 제도권은 파생금융시장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장외거래인 파생금융시장의 참가자들은 주로 대형 금융업체와 일반
대기업이다.

따라서 이들이 파생시장에서 계속 손실을 입으면 경영이 부실해져 일반
증시나 환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게 정부의 우려이다.

이때문에 파생금융시장을 어떤 형태로든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나
의회의 입장이다.

선진국중 미국의 규제강화 목소리가 가장 크다.

미국에서 규제강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지난 6월부터였다.

당시 미의회는 미국의 대기업들이 파생금융상품시장에서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하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을 막기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
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파생금융상품의 장외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내놓았다.

"94년 디리버티브스 딜러법"이라는 이름의 법안은 파생금융상품취급자의
증권거래위원회(SEC)등록 의무화, 주식과 연계된 파생금융상품을 SEC규제
대상에 포함된 증권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후 미중앙은행인 연준리(FRB)와 재무부등 정부측도 파생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안을 내놓았다.

정부안은 의회안보다 약한 점이 특징이다.

은행과 증권회사에 대해 파생금융상품의 거래내용과 위험정도를 거래기업
이나 개인에게 수시로 공개하도록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영국과 독일 일본에서도 규제강화움직임이 정부와 의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규제움직임이 미국에서처럼 본격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같은 규제강화움직임에 대해 거래당사자인 금융기관과 일선업체들은
매우 부정적이다.

민간경제학자들도 규제강화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반대논리를 펴고 있다.

파생금융상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는 금융기관입장에서야 규제강화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파생금융시장에서 거액의 손실을 본 일반기업들조차 규제강화에
반대하는 것은 이채롭다.

올 상반기중 1억5천여만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미프록터&갬블을
비롯 역시 거액의 손해를 본 제너럴 일렉트릭, 독일의 메탈게젤샤프트등이
대표적인 규제강화 반대업체들이다.

이 기업들은 자신들의 거래테크닉이 부족해서 손실을 입은 것이지 제도
자체가 부실하거나 파생상품이 특별히 위험해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민간금융전문가 33인으로 구성된 "금융전문가원탁회의"도 최근
모임을 갖고 정부의 규제움직임과 관련,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규제강화는 시장의 유연성과 대응능력을 약화시켜 시장을 경직시키고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파생금융상품시장이 국제금융시장안정화에 크게 기여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인위적인 간섭과 규제는 역효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파생금융상품은 기업들의 교역과 자본거래때 수반되는 금리및 환율변동위험
을 상쇄시켜 준다.

따라서 기업들이 안정적인 경영전략을 세우고 수출입을 관리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금리및 통화옵션이나 스와프등 세계파생금융시장의 규모는 작년말 거래
잔고가 24조달러에 이를 정도로 지난 10여년동안 급성장했다.

이는 미국내총생산(GDP)의 4배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이다.

거래초기인 지난 80년대초에는 거래잔고가 수백억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정부와 의회의 규제강화의지는 강하지만 거래당사자들의 반발이 거세 금융
기관에 대해 거래내용과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선에서 규제
강화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마찰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내용과 정보만 공개돼도 기업들은 제때에 손실위험을 줄일수 있는
대책을 세울수 있기 때문이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