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러시아는 이른바 "10월정변"을 수습하면서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개혁파 가이다르의 일시적 재기용과 함께 토지의 완전 자유화, 외화제도의
개선, 기업의 조기민영화이행등 일련의 굵직한 개혁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의 경제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지난주 사태수습 1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여전히 초대국이며 현재의 개혁이 성공한다면 다시 과거 영광은
재현될것"이라고 그된 특유의 자신감을 피력했다.

외형상으로 러시아의 정세는 다소 안정돼가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의 격돌은 의회건물이 말짱히 복구된 것처럼 소강화됐으며 경제 역시
최악의 상황으로 부터는 벗어나고 있다.

가게의 상품도 다소 풍요해졌으며 인플레도 진정되고 수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의 투자도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경제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약간의 희망적인 징조는 서방측의 지원
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 러시아경제는 여전히 암담하며 정상화까지는 요원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성과는 개혁의 부분적인 표출에 불과하다.

경제의 우울증후군은 여러국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GDP는 올해도 마이너스 5%정도가 될 전망이다.

작년엔 마이너스 12%.지난 수년간 계속된 뒷걸음행진이다.

한때 1,000%대로 치솟았던 인플레가 100%선(금년예상)에서 멈춘다면
"개선"임을 부인할수는 없지만 파멸의 인플레감염균은 그대로 온존돼
있는 셈이다.

고인플레의 만연성은 무엇보다 루블화의 지속적인 폭락에서 반영되고
있다.

루블화의 폭락은 지금 러시아가 당면한 경제적 궁상과 문제의 핵심을
단적으로 설명한다.

이것은 재정적자와 통화남발의 악순환때문이다.

이 악순환의 연결고리역을 하는것이 적자기업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이다.

적자기업을 도태시키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럴 경우 실업자를 양산하는
것이 된다.

더욱이 개혁추진과정에서 자금수요는 폭발하고 있으며 정부의 외화보유는
고갈상태이다.

금년상반기 시점에서 만기 외채는 200억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경제난 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96년 대통령선거와 그 이후의 정국은
유동적인 것이 된다.

옐친대통령의 지지율은 12%로 떨어져 있다.

이와관련, 주목해야 할것은 동구지역에서의 구세력의 복귀현상이다.

폴란드, 헝거리와 달리 러시아에서의 구세력의 복귀는 세계적인 파급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설사 구체제에 대한 향수가 아니더라도 신권위주의에 대한
갈망의 표현일수도 있다.

문제의 예방은 러시아개혁에 대한 서방의 지원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