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비서실의 주인이 바뀌었다.

신경제의 창업주격인 박재윤수석이 재무장관으로 영전되고 그 뒤를 한이헌
전기획원차관이이었다.

인사내용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대체로 "수긍이 간다"는 쪽이다.

대통령의 신임이나 그의 경력으로 미루어 "될만한 사람이 된" 예상된
인사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충분히 예견된 인사였음에도 불구, 한이헌수석의 경제비서실에 대한
관심은 예사롭지 않다.

강성이미지와 이에 걸맞는 추진력,독특한 리더쉽등-.

외부에 각인된 그에 대한 이런 이미지는 향후 경제비서실의 역활이나
모습이 종전과는 상당히 달라질수도 있다는 분석을 가능케하기 때문이다.

<>.한수석의 등장과 함께 우선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변화 여부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변화폭은 크지 않을 것 같다.

요즘의 우리경제는 새정부 출범초기에 비해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그런만큼 정책기조까지 바꿀만한 요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김영삼대통령은 지난5일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지금
경제가 잘되고 있다"며 현 기조를 유지해 주길 당부했다.

청와대출입기자들과의 8일 간담회석상에서 김대통령은 "역사이래 가장
호황기"라는 표현으로 현재의 경제상황에 신뢰를 보였다.

그런가하면 한수석 자신도 취임후 가진 회견에서 "신경제정책의 기조를
흐트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특히 "정부의 경제정책은 경제부총리와 장관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해 경제비서실의 입김이 세어질 것이라는 일부 시각을 초기에 진화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한수석은 그러나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 하더라도 경제
비서실의 업무스타일까지 종전을 답습할것 같지는 않다.

그는 이미 아침8시의 정례비서관회의를 부활시켰다.

비서관들에게는 각 경제부처와의 대화채널 구축을 지시했다.

전임 박수석이 초기와는 달리 금년들어서는 굵은 현안만을 짚어가고
나머지분야에서는 가능한한 부처의 자율성을 인정해 왔다면 한수석은 부처와
경제비서실의 팀 플레이를 선호하는 모습이다.

박수석이 "공부하는 경제비서실"을 강조하며 직원들의 학구적인 자세를
강조한데 비해 한수석은 "실무형"을 선호하는 경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단적인 예로 박수석시절 정착되었던 경제비서실의 "토요세미나"가 지난
토요일(8일)부터 사실상 폐지됐다.

반면 현안과 관련된 각종 회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것 같다는게 직원들이
느끼는 감이다.

물론 이런 스타일의 차이는 박수석이 서울대교수를 지낸 학자출신인데
비해 한수석은 관료출신이라는 점에서 비롯되는 것일수 있다.

흔히 학자출신과 관료출신이 가질수 있는 상대에 대한 선입견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표면화 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경제비서실의 스타일 변화는 보다
폭넓게 확대될수도 있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한이헌경제수석의 등장과 관련, 비서실 주변에서 당장 관심의 대상이
되는 2가지 현안이 있다.

하나는 경제비서실의 조직이나 인적구성을 현재대로 끌고갈까 하는점.

다른하나는 박수석시절 대통령 주재로 매달 열려온 신경제추진회의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하는 것이다.

비서실 조직문제에 대해 한수석은 아직 공식적인 언급이 없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의 경력과 성향으로 볼때 당장은 아니더라도 관료
출신 비서관의 비중을 늘릴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현재는 8명의 비서관중 관료출신과 연구소등 학계출신이 각각 4명씩으로
되어 있다.

신경제추진회의와 관련, 한수석은 기획원 시절부터 그 전개방식에 다소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취임직후 청와대기자들과의 일문일답시에도 그는 "신경제추진회의의
양식에 대한 비판이 있다면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보완 또는 활성화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확대해석하면 경우에 따라서 폐지도 생각해볼수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문제는 한수석이 독단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신경제추진회의가 대통령의 경제활성화에 대한 의지표명, 각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관심과 격려, 대국민 경제홍보등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도 만만찮다.

다만 최근 달라진 경제환경과 이제 짚어줘야할 분야는 한번씩 걸렀다는
점을 고려할때 회의의 방식에 대한 보완논의가 먼저 있게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수석이 취임후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목이 또하나 있다.

전임인 박재윤재무장관과의 관계에 대한 항간의 설왕설래가 그것이다.

두사람은 이미 민자당시절부터 동지이자 라이벌 관계로 잘 알려진 터이다.

따라서 많은 언론들이 새경제팀의 불협화음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당사자들에게 이는 적지않은 부담일수밖에 없다.

이점은 박재무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청와대수석 시절 한기획원차관에 대한 평가를 최대한 자제했다.

얘기할때는 좋게만 얘기하려 애쓰곤 했다.

외부의 오해나 뒷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박장관이 그랬던것처럼 한수석도 지금 그런 부담을 느끼고 있는듯 하다.

그래서인지 박장관이나 한수석은 한결같이 "가까운 시일안에 새경제팀이
함께모여 굳건한 팀웍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덧붙여 말하면 두사람은 지금 라이벌보단 동지쪽에 더 무게를 두고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