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13일)를 앞두고 80년대초부터 매년 노벨상후보로
거론된 남미출신작가 세사람의 저서가 잇달아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작가는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
멕시코의 카를로스 푸엔테스(1928~)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1936~).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결국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하고 타계했으나
이로인해 스웨덴한림원은 "글을 제대로 읽을줄 모르는게 아니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보르헤스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작업이 금년도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 맞춰 국내에서 이뤄져 문단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문단에 보르헤스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80년대후반 포스트모더니즘이
붐을 일으키면서부터.포스트모더니즘의 원조로 보르헤스가 지목된
것이 계기가 됐다.

그후 스페인문학전공자를 비롯한 소수의 문인들 사이에 탐독되기
시작한 보르헤스의 작품이 최근 전집으로 묶여져 나오고 보르헤스의
문학세계를 분석한 평론집 또한 출간될 예정이어서 다시 주목을
끌고 있는 것. 민음사는 보르헤스전집(전5권)을 기획,황병하씨 번역으로
"불한당들의 세계사"와 "픽션들"등 2편의 단편집을 내놓았고,도서출판
까치는 "상상동물이야기"를 펴냈다.

또 문학평론가 이남호씨(고려대 국문과)는 보르헤스의 문학세계를
분석한 "보르헤스 만나러 가는 길"을 곧 출간할 예정. 시인으로
출발한 보르헤스는 35년 첫소설집 "불한당들의 세계사"를 발표,주목을
받았으며 평생 단편에만 몰두해 한편의 장편소설도 남기지 않았다.

보르헤스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허구적 예언"또는 "환상적
리얼리즘"이라는 소설쓰기로 포스트모더니즘,해체주의,기호학,후기구조주의
의 근원적요소를 잉태하고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일찍이 60년대후반부터 노벨상후보로 거명돼온
멕시코작가.

멕시코 국민문학상과 스페인최고의 문학상인 세르반테스상을 수상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환상문학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고있는 "아우라"(김영사
간). 이작품은 현실과 환상의 미묘한 접합및 인간의 상상력과 관념의
조작,독특한 2인칭 화법,시적언어가 자아내는 신비한 분위기로 푸엔테스문학
의 묘미를 보여주고있다.

60세가 넘은 요렌테장군의 미망인 콘수엘로와 그녀를 돌보는 스무살이
채 안된 아우라,그리고 요렌테장군의 회고록을 편집하는 펠리페가
엮어내는 환상적인 사랑의 이야기가 줄거리. 바르가스 요사는 90년
페루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야당후보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인물.
58년 단편집 "대장들"을 내놓으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요사는 소설
희곡 평론등을 모두 발표하는 중남미의 대표적 작가.

최근 국내에 소개된 책은 88년작인 "궁둥이"(원제 "새엄마에 대한
예찬" 열린세상간).성에 대한 은밀한 충동과 도덕적 타락을 세밀한
심리묘사로 그려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