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전포항제철회장이 모친상을 당해 귀국하게 됨에따라 문민정부출범후
기약없는 외유길에 오른 인사들의 거취에 세인의 관심이 다시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새정부 출범후 "개혁과 사정의 칼날"을 피해 해외로
나갔거나 잠시 외유길에 올랐던 인사들은 박전회장과 김종휘전청와대외교안
보수석,이원조전민자당의원,이용만전재무장관,박준규전국회의장,정동호의원
등이다.

이중 박전의장과 정의원은 이미 귀국했고 박전회장이 이번에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김종휘전수석.청와대시절 율곡사업에 깊이 간여해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율곡사업 특감직전인 지난해 5월 미국 연구재단의 초청을 받아
소리없이 출국했고 올해 4월 비자기간이 만료되자 영주권을 신청했었다.

한국정부가 이에 강력히 항의,외교문제화됐고 현재는 취업비자를
발급받아 미국 동부지역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해 10월 팔순의 노모가 사망했을때 외아들이면서도 귀국하지
않았다.

율곡특감으로 세상이 시끄러웠을 때 노태우전대통령이 그의 귀국을
종용했으나 정해창전청와대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원조전의원.동화은행비자금사건이 터지자 지난해 5월 출국해
미국과 일본등지를 오가며 자신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6공 당시 정치자금을 주물러왔고 새 정부출범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이전의원은 출국당시에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아 "봐주기"가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 지병인 당뇨로 고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용만전재무장관.이전의원과 마찬가지로 동화은행사건이 터지자
지난해 3월 일본으로 건너가 아직까지 체류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92년12월 대선당시 민자당의 파이프라인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전장관은 "귀국하면 할 말이 많다"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푸념조로
이야기한다는 후문이다.

두 이씨는 현재상황에서는 돌아오려 해도 돌아올 명분이 없어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은 현상황으로 볼 때 두 이씨의 귀국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