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76년 처음으로 자동차수출을 시작한지 18년4개월만에
수출누계 300만대를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우리의 자동차산업이 국가경제를 주도하는 핵심산업으로 떠오르고 있고
수출전략산업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음에 비추어 단일업체의 수출300만대
돌파는 그 의미가 자못 크다고 하지 않을수 없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생산량은 총205만대로 세계6위로 뛰어올랐다.

수출도 반도체 다음으로 많은 48억달러를 기록했다. 더구나 올해에는
생산량에서 세계5위로 한계단 더 올라설 것이 확실하다는 전망이다.

폭발적인 내수증가에다 선진국의 경기회복과 일본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증가로 물건이 없어서 못파는 대호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올해 한국자동차업계의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31%나 늘어난
20조원에 이르고 내수(11%), 수출(23.9%) 모두 두자리수의 신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자동차공업협회의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급성장에 들뜨기만 할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우리 자동차산업의 현주소를 한번쯤 차분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지난 30여년동안 양적으로는 큰 성장을 해온게
사실이지만 아직도 장래의 시장개방에 따른 무한경쟁시대를 헤쳐가기에
충분할 만큼 튼튼한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그것은 한마디로 기술력의 차이에서 가장큰 원인을 찾을수 있다.

물론 일부 차종을 제외하고는 부품국산화가 이루어졌고 생산기술도
선진국의 80%수준에 이르는등 질적인 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디자인 차체설계 엔진.트랜스미션제작 같은 핵심기술은 아직
선진국에 크게 뒤지고 있다.

때문에 한국차의 품질수준은 선진국 시장에서 아직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상태이다.

연구개발(R&D)투자를 비교해보면 우리자동차산업의 현주소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93년 한국자동차 5사의 R&D투자는 모두 8,700억원으로 미GM1개사가
투자한 4조7,000억원(92년)의 18%에 불과했다.

기술개발인력도 일본의 14.4%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대비는 우리 자동차산업이 성장을 지속하려면 과감한 R&D투자를
통한 기술자립화가 시급함을 새삼 일깨워준다.

여기에는 핵심부품의 공동개발도 포함돼야 하며 주요 부품하청업체를
일본처럼 대기업수준으로 키우는 일도 긴요하다.

미구에 한국자동차수출의 최대장애요인으로 등장할 선진국의 환경규제를
극복할수 있는 수단도 기술력밖에는 달리 없을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수출 300만대 돌파가 우리자동차산업의 질적성장을 위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