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가정교사가 드디어 대통령 곁으로 돌아갔다.

대선때 대통령의경제특보이자 경제가정교사를 맡았던 한이헌경제기획원
차관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경제수석으로 등극된 것이다.

신정부출범이후 공정거래위원장 경제기획원차관을 하는 동안 "한
실세"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경제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오던
그가 이제 명실상부한 "실세"로서 자리를 굳히게 됐다.

한경제수석이 실질적인 경제조타수로 자리를 잡게 됨으로써 앞으로
경제정책은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발판으로 삼은 그의 수중에
놓이게 된 셈이다.

한수석이 앞으로 몰고갈 경제정책은 그가 입버릇처럼 떠들던 안정화
개방화자율화이다.

이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게 그의 복안이다.

이구호는거의 모든 경제관리들이 내세운는 것이지만 그가 이구호를
경제정책의 목표로정하면 구체적 함의는 달라진다.

경제개혁의 강도가 더욱 높이고 기존에 추진되던 주요 경제정책들도
개혁적 차원에서 대변화를 일으키느 명분을 여기서 찾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2의 재계사정"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기업그룹에는 그는 다소 두려운 존재다.

6공때 이미 금융실명제를 추진했었고 토지초과이득세등 토지공개념정책을
입안한 장본인이다.

경제에 충격이 온다고 해도 개혁을 위해서라면 반발을 무릎쓰고라서도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그는 "나는 업무를 질질 끌기를 싫어한다.

가능한한 경제정의를 위해 개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다면 몸을 사리지
않겠다는 것이 공무원생활을 출발할 때부터 지금까지의 자세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장시절에는 "재계사정"의 칼날을 빼들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30그룹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최초의 실지조사를 시작,재계를
바싹 긴장시키기도 했다.

또 그동안 대기업그룹들이 오래 숨겨두었던 위장계열사를 색출,대기업
오너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경기가 나쁜데 정부가 기업을 괴롭힌다는 비판에 시달렸던
터라 경기가 호전됐음을 빌미로 제2의 재계사정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이래서 나오고 있다.

그의 기업관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기업들이 경영에 충실하기보다는 부동산투기를 일삼고 경쟁력강화에는
등한시 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가 공정위원장시절 대기업의 하도급비리를 실사한 것이나 정부기관등
공공기관의 하도급비리도 함께 조사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지난 8월 한양의 합리화지정문제가 지지부진해 하청업체나 상업은행이
부실화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그는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들은
그에 상응하는고통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하며 한양을 합리화업체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그만큼 무서운 일면이 있는 사람이다.

한수석은 과감한 규제완화와 경쟁촉진을 자신의 소신으로 삼고있기
때문에 기존의 정책들도 개혁차원에서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업종전문화에 대해서는 "상공부가 그리는 그림이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공정거래위원장시절부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업종전문화는 경쟁과정에서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해야지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따라서 업종전문화정책의 대폭 손질이 불가피해질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의 승용차사업진출문제등도 진입장벽 제거해야한다는 그의
소신대로라면 의외로 빨리 해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회원차관시절에는 이문제에 대해 견해를 물으면 "기획원차관을
하지말란 말이냐"며 결정권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그러나 이제 칼자루를 쥔 만큼 평소지론대로 멀어붙일지는지켜볼
일이다.

그가 경제개혁에 강도를 높일 것이란 관측은 그가 평소 신경제의
개혁과제가 다 자신이 70년대 말에 경제안정화정책을 추진할 때
이미 주장했던 것이라며 평가절하 했을 때부터이다.

경제계는 현재 신경제정책에 따라 추진되는경제개혁도 강도가 세다는
평인데 그것이 벌써 십수년전에 자신이 고안한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으니 그이 개혁에 대한 강도가 얼마나 강할지는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한수석이 내놓을 경제정책이 이처럼 색깔은 분명하지만 경제부처를
장악하며무리없이 이를 추진할 수있느냐는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우선 그는 추진력이 뛰어나다.

자기확신이 너무 지나쳐서 한번 옳다고 판단하면 앞뒤 안재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경제기획원 기획국장시절에 실명제와토지공개념을 추진할 때도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등 "적"을 많이 만들었다.

이때문에 민자당으로 쫏겨 갔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때 김대통령을
만나 오늘의 수석이 될 수 있는 인연을 쌓았다.

물론 이런 추진력은 개혁의 강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가 독불장군의 스타일이다 보니 앞으로 경제부처간에 조화를
이루며 아무 삐걱거림없이 일을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밖에 한수석 자신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정치적
성향이 강해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종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