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을 관통하는 조지워싱턴 파크웨이를 포토맥강을 따라 달리면서도
란글레이에 있는 CIA(중앙정보국)의 거대한 건물군을 눈여겨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10여년전에 도로표지가 제거되어 더욱 그렇다.
파크웨이를 벗어나 사잇길로 약간 들어서면 그중 철망으로 된 울타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그 울타리에는 폐쇄회로 적외선TV카메라가 설치되어 육안으로는 잘 띄지
않는 것까지도 감시할수 있게 되어 있다.
그안에는 정면으로 8층의 거대한 흰색 콘크리트건물이 서있다.
그 주변에는 몇개의 주차장과 헬리콥터 이.착륙장,뒷쪽에는 격납고가
있고 지붕에는 무선용 안테나가 그물처럼 뻗쳐있다.
그러나 그것은 걷모습에 불과하다. 건물의 주요부분은 핵병기의 공격에도
견딜수있게 지하에 설치되어 있다. 이것이 2만여명의 고정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CIA본부의 모습이다.
직원은 첩보소설이나 영화에 언제나 등장하는 스파이와 사보타지전문가로
부터 대다수가 석.박사학위 소지자로서 정치 경제 군사관계 정보분석을
담당하는 톱클래스이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 가운데 CIA요원의 일반적 이미지와 합치되는 사람은 4분의1에
지나지 않는다.
1947년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고자 설립된 미국CIA는 동서냉전체제
붕괴 이후 소련KGB(국가보안위원회)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정보활동조직
으로서는 세계 최대 최강의 것이 되었다.
미국의 손길과 관심이 미치는 지역에는 어디에나 CIA스파이가 개입하지
않는 곳이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CIA스파이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인 북한의 정권안에
깊숙히 침투해 암약하고 있다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보도는 CIA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하게 해준다.
일찌기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쓰여진 "손자병법"에서도 적을 쉽게
이기는 방편으로 스파이를 이용하는 용간을 들고 있다.
그중에서는 적의 관리를 매수하여 정보활동을 시키는 내간을 으뜸으로
꼽고 있다.
적의 내부 사정과 움직임을 속속들이 아는 관리야말로 백만의 원군을
얻는 것보다 훨신 낫다는 것이다.
미국CIA의 북한내 지피전략이 북한사회를 개방의 길로 가게 할수있는
해답을 가져다 주게 된다면 CIA의 부정적 이미지 쇄신에도 보탬이 될
것임에 틀림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