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경제비서실이 오는 8,9일 양일간 멤버십트레이닝(MT)을 갖는다.

경기도 양평소재의 한 연수시설을 빌려 열릴 MT의 주제는 "바람직한
경제비서실 문화".

박재윤수석 산하 비서관 및 행정관(SOC기획단 포함)전원에다 여직원들
까지 모두 동참하는,경제비서실로서는 실로 야심찬(?)행사다.

경제비서실의 MT계획에대한 소문이 알려지며 청와대 내의 관심도
지대하다.

화제의 방향은 크게 두갈래다.

박수석의 지칠줄 모르는 "일"에대한 투지가 하나라면 문민대통령
비서실에 새롭게 등장한 MT라는 집단모임의 형태가 다른 하나다.

"경제비서실 문화"라고 내건 주제에대한 평가와 반응도 각양각색
이다.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실에 무슨 문화가 있을수 있느냐"는 반응도 있고
"일에 파묻혀 사는 비서실 직원들이 자신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분명한 가치관을 정립한다는 측면에서 적절한 주제"라는 평가도
만만찮다.

그러나 외부의 이런저런 말들에대해 정작 경제비서실측은 반응이
없다.

우선은 이 행사가 외부로 알려지질 않았으면 하는 분위기다. 휴일을
이용해 갖는 내부행사인데다 자칫 다른 비서실에 부담을 줄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 듯하다.

실제로 경제비서실은 이행사 추진을 검토하며 "유독 경제비서실만이
문화가 필요하냐"는 나올법한 비판을 가장 우려했다는 뒷 얘기도
들린다.

<>.어떻게 보면 "튀는" 느낌을 줄수도있는 경제비서실만의 특별한
행사는 사실 또하나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3시부터 열리는 "토요
세미나"가 그것이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이 세미나의 참석범위는 행정관이상 전 경제비서실
직원. 박수석도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 한다.

형태는 각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돌아가며 자기 전문분야중 시사성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주제발표를 한뒤 토론하는 방식이다.

지난 토요일(1일)에는 김중수경제제도비서관이 "북한 경제"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경제비서실의 토요세미나는 시작이래 매주 걸르지 않고 열리다가
휴가철인 지난 8월 한달은 쉬었다.

더위가 물러난 9월초부터는 다시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박수석의 제안으로 토요세미나가 처음열릴 무렵에는 사실 경제비서실
내에서도 반발이 없지않았다.

토요일 오후라는 시간에대한 불평이 특히 많았다.

그러나 참석대상에 여직원과 특별한 일이 있는 사람들의 불참을
허용하며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제는 "업무에 많은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반응이주류를 이룬다.

<>.경제비서실이 "토요세미나"에 이어 MT를 통한 새로운 경제비서실
문화를 창조하겠다고 나선것과 관련,일부에서는 요즘의 달라진
경제비서실 위상과 결부시키기도 한다.

다시말해 새정부 출범초기에 비해 현저히 좋아진 우리경제의 "모습"에서
박수석이 갖게된 자신감의 발로로 해석하는 측도 있다.

청와대 안팍에서는 요즘 "경제가 효자다"라는 말들이 많다.

지금은 인천북구청 세금착복사건,지존파등 살인마들의 준동,외교정책
혼선등으로 정부에대한 국민의 비판이 어느때보다 따가운 때다.

그나마 경제가 상승기류를보여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호조의 배경에는 물론 엔고 저유가등 외부의 여러요인이 작용했다.

여기다 박수석이 주도해온 "신경제 정책"과 이를 밀어부친 그의 "뚝심"
또한 어떤 형태로든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바로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김영삼대통령의 박수석에 보내는 신뢰는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대통령의 최측근들에 의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박수석 자신은 여전히 우리경제를 진단함에 조심스럽다.
국제화 규제완화등 헤쳐나가야 할일이 너무많다는 걱정이다.

물가나 노사문제가 언제다시 상승기류의 경제를 한냉기류로 되돌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솔직히 털어 놓는다.

박수석은 자신과 자신의 업무스타일에대한 저항이 만만치않다는 사실도
이제 알고있다. 과천에서의 불평은 예전에 비해 많이 수그러들긴 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을 때마다 모든 비판은 결국 청와대로 쏠릴수밖에
없음을, 1년6개월동안의 경제수석 경험을 통해 터득했다는 그다.

그래서 박수석은 요즘 나름대로는 한껏 유연해지려 노력중이다.

경제비서실 직원들의 일치된 인물평도 "초기에 비해 놀랄만큼 여유있고
너그러워 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유연을 향한 노력에는 역시 한계가 있는것 같다.

"토요세미나"에 이어 결국 또다시 8일의 MT을 구상해 낸것은 일에대한
그의 제어할수없는 본능적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이날의 MT에는 2명의 외부강사가 초청되어 오고 분임토의도 있게된다.
9일 새벽에는 용문산 등산계획도 마련되어 있는 모양이다.

어떻게보면 그렇지 않아도 높은 업무강도에 시달리는 경제비서실
직원들에겐 귀찮은 일이다.

청와대내 다른 비서실로부터는 분명 "유난스럽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는 행사다.

문민대통령의 비서실 안에서 처음으로 있게될 이번 MT의 성패는
그래서 앞으로 좀더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것 같다.

< 김기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