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물결이 일고 있다. 미 시애틀에 있는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찾았다.

마침 노동절 연휴기간이라 안내를 맡은 소비자상품기술연구소의
페트라 퍼크스 부장(34)은 그의 집부터 안내를 했다.

집에 들어서 TV를 켜자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O.J.
심프슨 사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두번째 TV여론조사라고 한다.

"심프슨이 유죄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어 예라고 생각하면
"+"키를,아니라고 생각하면 "-"키를 누르라는 안내 자막이 나왔다.

30초쯤 지났을까? 시청자들이 리모콘을 통해 응답한 결과가 TV에
표시됐다.

결과는 유죄였다.

퍼크스부장은 "이같은 조사는 가끔 경험하며 멀티미디어 덕"이라고
말하고 "직접 민주주의의 실험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퍼크스 부장은 지난 월드컵때 선전을 한 한국팀의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집에서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는 아니었다.

리모콘으로 "94 월드컵"을 선택,월드컵 참가 24개국의 경기중 한국과
볼리비아전을 택했다.

퍼크스부장의 집에는 이미 멀티미디어가 자리잡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퍼크스부장이 집에서 보여준 내용을 한데 묶어
"인터액티브 TV"라는 이름으로 내년초 시애틀과 덴버에서 2천가구
규모로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형태의 멀티미디어가 시골 학교에도 등장했다. 교실 앞쪽
스크린에는 허블 망원경에 비치는 M87성운의 모습이 나타난다.

지상 6백10km 상공에 있는 허블 망원경이 미 우주 항공국(NASA)에
보내는 사진이 곧장 시골의 한 고교 과학교실에까지 전달되고 있다.

미 네브라스카주 린컨시에 있는 린컨 고등학교의 과학교사인 제이슨
본드씨가 학생들에게 우주에 대해 설명하다 리모컨을 켜자 허블
망원경의 눈에 비치는 우주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린컨 고등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야트막한 산과 작은 언덕,그 사이로
펼쳐진 들판등은 전형적인 한국의 농촌 고등학교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 학교는 최근 "멀티미디어 수업"이라는 획기적인 교육방법을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고등학교의 주 컴퓨터를 NASA,프랭크린 루즈벨트 도서관,스미소니안
재단등과 연결해 수시로 멀티미디어 자료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멀티미디어는 원거리 근무자의 업무를 돕고 있다.

뉴저지 우드버리의 프락시스사에 근무하는 케이던 스탄지오씨와 오레곤
힐스보로 인텔 연구소에서 일하는 잉그리드 리스씨는 컴퓨터앞에서 자주
만난다.

이들은 PC화면을 통해 그동안 작성한 설계도면을 함께 보며 의견을
교환하고 도면을 수정하면서 업무를 처리한다.

멀티미디어가 움직이는 사무실 역할을 하고 있다. 산호세 공항에 내려
차를 빌리러 어비스(AVIS)사에 갔다.

자동차 대여장에 도착하자 밥 컬리씨 혼자 기자를 맞았다. 그는
영한사전 크기의 첨단 전자수첩인 "핸드헬드 터미널"를 갖고 있었다.

이 터미널를 통해 신용카드상태와 면허증등을 확인한 그는 모든 수속이
끝났다고 말했다. 컬리씨만 만나면 즉석에서 모든 업무 처리가 다 되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나타난 변화의 일부분이다.

멀티미디어가 현대 사회를 주도하는 "제4의 물결"로 사회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의 등장과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컴퓨터와 정보통신의 결합에
이어 멀티미디어가 제3의물결사회인 정보사회를 다시 변혁시키고
있다.

멀티미디어는 미래형이 아닌 현재형이다.

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36)은 "현대 정보사회는
이제 멀티미디어라는 새로운 혁명가를 맞이했으며 이 대열에 어떻게
끼느냐가 기업은 물론 그 사회의 운명을 좌우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