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인 특질을 이해하는데에는 성의 역할과 그 변화를 판독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경제활동인구의 45%이상이 여성이고 보면, 성의 심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사회의 현주소를 판독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페미니즘의 역사를 보면 1세대의 여성
운동가들은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길들여진 여성적 특성을 거부하고 여성의
중성화 또는 남성영역으로의 진출을 통하여 여성의 권리를 증진하려고
하였다.

반면 2세대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경향을 오히려 남성논리에 가담하여
여성고유의 특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므로, 여성화의 예찬만이 지배적인
남성이데올로기를 타도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닐슨과 루드베르그 두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이런 갈등이 해소되는 제3의
양상을 제시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18세 남녀를 관찰하면서 매우 복합적인 이론적 토대위에서
문제에 접근한다.

경험적 관찰과 이론적 사색, 심리와 사회적 영향력의 변증적인 관계,
그리고 문화변동과 지속의 불협화음 가운데서도 조심스레 열린 결론을
끌어내고 있다.

2장에서는 사춘기에 성에 대한 사회의 담론을 통해 내면화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관찰에 의하면 아무리 남녀의 평등을 주장하며 남녀가 같은 역할을 하기를
교육하여도 남자 아이들은 남성적 특질을 보이고 여성은 여성적인 특질을
나타내고 있다.

남성은 어머니로부터 보다 독립적이기를 원하고 여성은 어머니와의 밀착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신분석학의 틀로도 설명하고 있다.

3장과 4장에서 역사적으로 성의 심리는 달라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체
되거나 중요성이 덜해진 것은 아님을 설명하고 있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서로에 의해 영향받는다.

근대사회에서 남성은 이성과 인간성의 함양을 목적으로 가정적 가치는
여성의 영역으로 무시하였다.

근대성의 실패가 인식된 때에 여성은 좌파운동에 가담함으로써 사회의
재건축및 정치적 참여에 관심을 두었다.

남성은 또한 근대성의 실패 좌절로 가정적 가치체계에 의존하려 하지만
여성마저 가정을 떠남으로써 포스트모던적인 불확실성, 즉 주체의 죽음을
논하게 된다.

5장에서 성의 정체성(identity)이라는 개념으로 성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남녀의 구분은 지배종속관계를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형성할 수밖에 없는 두 개의 다른
범주이고 이런 범주를 궁극적으로 사회적 권력과의 투쟁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순수한 가치와 특성으로서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6장과 7장에서는 성의 심리에 대한 변화와 지속을 설명한다.

저자는 노르웨이의 젊은 여성들이 할머니 시대, 어머니 시대, 그리고
요즈음 시대에 겪는 상황을 비교한다.

할머니 시대에는 심리적으로 어머니의 역할에 보다 비중을 두면서 사회
문화적으로 자신의 개인적인 완성에 대한 가능성을 포기해야 했다.

그후 어머니 시대에는 양자의 선택이 고심 거리였다.

요즈음은 여성이면서도 개인의 완성을 기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대여성의 삶은 여성성과 개인의 완성이 서로 배타적이지 않음을 보여줌
으로써 성에 대한 새로운 사회의 담론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상에서 설명되어진 현상들은 노르웨이의 중산층에 대한 관찰과 이론적인
분석에 의한 것이었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우리보다 먼저 사회적인 안정을 이룩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가장 많은 스칸디나비아에서의 경험과 그 곳의 여성운동가이자
대학교수들인 저가의 시각을 통해 여성문제가 단선적이지만은 않은 매우
복합적인 문제임을 시사 받을 수가 있다.

그러기에 역사적이고 사회정치적인 흐름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삶이
펼쳐지는 현장에 대한 총체적인 시각이 필요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94년 스칸디나비아대 출판부 간 15달러)

김성환 <한국노동연구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