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595) 제3부 정한론 : 반기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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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봉기라는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싶어 하야시는 사이고의 눈빛을
힐끗 눈여겨 바라보았다.
"아하- 그래요?" 사이고는 나직하게 내뱉었다.
그러나 그게 무력봉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말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잘 분간이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하야시는 사이고의 속마음을 떠보려고 아랫배에 지그시 힘을
넣으며 말했다.
"에도 도노께서 뭐라고 말씀하셨는가 하면, 저. 사이고 도노께서
일어서시면 전국의 불만 사족들이 뒤따라 일어설 터이니, 반드시
제2 유신을 이룩할 수가 있을 건데. 이러시더군요"
하야시는 또 힐끗 사이고의 눈빛을 살폈다. 순간 사이고도 하야시의
눈빛을 눈여겨 보는듯 두 시선이 마주쳤다. 사이고는 속으로 이 녀석이
혹시...싶었다.
밀정이란 영락없는 참얼굴 같은 가면을 쓰고 나타나는 법이니, 이 자의
속마음을 정말 믿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심이 한줄기 검은 빛살처럼
머리속을 지나갔다.
그래서 사이고는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유신은 한번으로 족하오. 제2 유신이니 뭐니 그런 소리를 입밖에 내면
못쓰오. 다시 이 나라에 내전이 일어나서야 되겠소?
그렇게 되면 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 되는데, 그건 엄청난
비극일 뿐이오. 왕정복고를 이룩했으니,이제는 어쨌든 천황폐하를 중심
으로 나라의 안정을 도모하고, 발전의 길로 나아가야 하오"
"사이고 도노, 진정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그렇소. 나는 거짓으로 입을 놀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오"
"그러시다면 왜 이다가키 도노의 애국공당에 이름을 얹는 것을 마다
하십니까?
애국공당의 설립 목적은 결국 내전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권모술수를
일삼는 간악한 무리들을 몰아내고, 나라의 발전을 도모하려는것 아닙니까"
"나는 내 갈길이 따로 있다고 몇번 말해야 아오"
"그럼 사이고 도노의 갈길이란 도대체 어떤 것입니까"
하야시의 목소리는 약간 열기를 띠어서 마치 항의라도 하는것 같았다.
그런 그를 보자 그제야 사이고는 마음이 놓이는 듯 한결 부드러운
어조로 은은한 미소까지 떠올리며 대답했다.
"나는 교육의 길을 택하기로 했소. 사학교를 창설해서 인재의 양성에
여생을 바칠까 하오. 정치는 이제 정나미가 떨어졌소. 애국공당에
이름을 얹지 않는 것도 정치에서 손을 떼기 위해서요"
"아, 그렇습니까" 하야시는 이제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점심때가 되어 돌아가려는 하야시를 붙들어 앉혀서 사이고는 밥상을
가져오게 하여 함께 식사를 하고는 보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7일자).
힐끗 눈여겨 바라보았다.
"아하- 그래요?" 사이고는 나직하게 내뱉었다.
그러나 그게 무력봉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말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잘 분간이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하야시는 사이고의 속마음을 떠보려고 아랫배에 지그시 힘을
넣으며 말했다.
"에도 도노께서 뭐라고 말씀하셨는가 하면, 저. 사이고 도노께서
일어서시면 전국의 불만 사족들이 뒤따라 일어설 터이니, 반드시
제2 유신을 이룩할 수가 있을 건데. 이러시더군요"
하야시는 또 힐끗 사이고의 눈빛을 살폈다. 순간 사이고도 하야시의
눈빛을 눈여겨 보는듯 두 시선이 마주쳤다. 사이고는 속으로 이 녀석이
혹시...싶었다.
밀정이란 영락없는 참얼굴 같은 가면을 쓰고 나타나는 법이니, 이 자의
속마음을 정말 믿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심이 한줄기 검은 빛살처럼
머리속을 지나갔다.
그래서 사이고는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유신은 한번으로 족하오. 제2 유신이니 뭐니 그런 소리를 입밖에 내면
못쓰오. 다시 이 나라에 내전이 일어나서야 되겠소?
그렇게 되면 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 되는데, 그건 엄청난
비극일 뿐이오. 왕정복고를 이룩했으니,이제는 어쨌든 천황폐하를 중심
으로 나라의 안정을 도모하고, 발전의 길로 나아가야 하오"
"사이고 도노, 진정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그렇소. 나는 거짓으로 입을 놀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오"
"그러시다면 왜 이다가키 도노의 애국공당에 이름을 얹는 것을 마다
하십니까?
애국공당의 설립 목적은 결국 내전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권모술수를
일삼는 간악한 무리들을 몰아내고, 나라의 발전을 도모하려는것 아닙니까"
"나는 내 갈길이 따로 있다고 몇번 말해야 아오"
"그럼 사이고 도노의 갈길이란 도대체 어떤 것입니까"
하야시의 목소리는 약간 열기를 띠어서 마치 항의라도 하는것 같았다.
그런 그를 보자 그제야 사이고는 마음이 놓이는 듯 한결 부드러운
어조로 은은한 미소까지 떠올리며 대답했다.
"나는 교육의 길을 택하기로 했소. 사학교를 창설해서 인재의 양성에
여생을 바칠까 하오. 정치는 이제 정나미가 떨어졌소. 애국공당에
이름을 얹지 않는 것도 정치에서 손을 떼기 위해서요"
"아, 그렇습니까" 하야시는 이제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점심때가 되어 돌아가려는 하야시를 붙들어 앉혀서 사이고는 밥상을
가져오게 하여 함께 식사를 하고는 보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7일자).